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닮은 듯 다른 1군 적응기다.
개막 5연패를 당한 한화. 히트상품 후보는 있다. 주인공은 고졸 신인포수 한승택. 덕수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23순위로 지명 받았다. 입단 당시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이 부임한 뒤 단숨에 주가가 높아졌다. 김 감독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 때 한승택을 콕 찍었다. 당시 김 감독은 “한승택이 주전포수야”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고졸 신인이 경험이 중요한 포수 포지션에서 주전을 차지할 것이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4일 대전구장. 전광판에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다. 9번 좌익수 임세업. 서울고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에 2차 7순위로 입단했다. 무려 11년만에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임세업은 2005년까지 삼성에서 뛰었고, 2006년에는 삼성에서 불펜 베팅볼 투수로 일했다. 2007년과 2008년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2009년엔 KIA에서 신고선수로 뛰었으나 곧바로 방출 당했다. 이어 2010년과 2011년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했고, 2012년 한화 신고선수로 뛴 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 고졸포수의 씩씩한 성장기
한승택은 지난달 30일 롯데와의 개막전서 결장했으나 31일 경기부터 지난 2~4일 KIA와의 홈 개막 3연전서 연이어 주전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은 “투수들은 불펜피칭, 야수들은 캐치볼만 하는 걸 보면 ‘아, 쟤는 되겠다.’ ‘아, 쟤는 안 되겠다’라는 계산이 나와. 한번 딱 보면 알지”라고 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의 지론에 따르면 한승택은 될성부른 떡잎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승택을 두고 많은 전문가가 “기본기가 잘 갖춰진 포수”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송구능력이 또래에 비해 좋다는 평가. 김 감독은 공을 미트에서 빼내 송구하는 동작을 보이며 “이게 빠르잖아”라고 웃었다. 한승택은 실제로 도루저지에도 성공했고, 블로킹도 괜찮았다.
볼 배합에서도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다. 한승택은 “결정구로 변화구를 많이 주문하는 편이다. 타자가 속지 않으면 공을 낮게 떨어뜨리게 유도하고, 커트를 해내면 볼로 유인을 계속한다. 벤치에서도 사인을 내고 내가 생각한대로 할 때도 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타석에서도 4일 마침내 데뷔 첫 안타를 쳐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안타를 치면 내가 그 공에 사인을 해서 선물로 주겠다. 대신 데뷔 첫 홈런을 치면 인터넷에 경매로 파는 건 어때?”라며 한승택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그만큼 고졸 포수 신인에게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 늦깎이 1군 멤버의 무서운 적응기
한승택이 김 감독의 관심 속 1군에 화려하게 데뷔했다면, 임세업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 지난 11년 무명 야구인생처럼 1군 데뷔도 소리소문 없이 이뤄졌다. 김 감독은 3일 경기 이후 추승우, 연경흠 등 외야수 2명을 1군에서 제외하고 대신 임세업과 하주석을 불러 올렸다. 김 감독은 왜 임세업을 불러 올렸는지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었다. 다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라면 누구나 기용하는 김 감독 특유의 분명한 원칙에 부합했을 가능성이 크다.
임세업은 11년만의 데뷔 첫 경기서 한 풀이를 제대로 했다. 9번 좌익수로 데뷔 첫 경기서 당당히 선발 출전한 그는 2회 첫 타석 무사 1,2루 찬스에서 희생번트를 성공해 김 감독의 지시를 100% 수행했다.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1S에선 KIA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때렸다. 한화 벤치는 곧장 공을 회수해 덕아웃에 보냈다. 그만큼 임세업을 배려한 것이다.
첫 안타 이후 1루에서 스킵 동작을 옳게 취하지 못해 견제사를 당했으나 수비에선 큰 무리가 없었다. 타석에선 7회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나 9회 1사 1,3루 찬스에서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데뷔 첫 타점까지 신고했다. 데뷔전서 3타수 2안타 1타점이라는 알토란 활약을 선보인 것이다. 싹이 보이는 선수를 팍팍 밀어주는 김 감독 성향상 임세업은 당분간 주전 외야수로 뛸 가능성이 크다.
고졸 포수의 데뷔 첫 해 주전. 우여곡절 끝 12년만에 이뤄진 1군 데뷔 무대서 멀티히트. 모두 보기 진귀한 광경이다. 한 사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 성장하고 있는 꽃이고, 또 한 사람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철저한 잡초였다. 성장해온 환경은 판이했지만, 닮은 듯 다른 두 선수의 1군 적응기가 데뷔 첫 안타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사람 모두 먼 훗날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인간승리’ 케이스로 기억될 것이다.
[임세업(위), 한승택(왼쪽에서 두번째).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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