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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음지에서 궂은 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전자랜드 강혁의 은퇴식이 열렸다. 이날 전자랜드는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렀다. 전자랜드가 패배하면서 이 경기는 강혁에게 은퇴경기가 되고 말았다. 강혁은 은퇴경기서도 강혁답게 코트를 누볐다. 10분 57초동안 6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인천 팬들의 박수 속에 코트를 떠났다. 통산 12시즌 561경기 8.3점 2.3리바운드 3.9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했다.
경기 후 곧바로 강혁의 은퇴식이 열렸다. 가장 먼저 강혁의 현역 시절 은사였던 김윤환 삼일상고 감독, 최부영 경희대 감독, 안준호 KBL 경기이사를 비롯해 이규섭, 조상현 등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 전자랜드 후배들, 부모님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강혁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후 전자랜드 구단의 감사패, 꽃다발 증정식이 진행됐다. 유도훈 감독도 강혁에게 직접 고마움을 전했다. 강혁은 “26년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행복했다. 좋은 팀에서 있었고, 좋은 지도자에게 농구를 배웠다. 플레이오프도 경험해봤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행복했다. 올 시즌 전자랜드에서 파이널까지 가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했는데 4강에서 탈락해서 아쉽다. 26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선수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농구인생을 추억했다. 강혁은 “삼성에 1999년에 입단하고 식스맨도 아니었다. 선배들은 3번의 기회는 온다고 했는데 잘 잡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라고 했다.
장기인 2대2 플레이에 대해서도 추억했다. “삼성 시절 우승할 때부터 네이트 존슨, 오예데지와 투맨 게임을 많이 했다. 점점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기술 습득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즐기면서 하나, 둘 보였다. 병철이 형(오리온스 코치)의 2대 2를 많이 보고 배웠다. 자기 전에도 생각하면서 잤다”라고 웃었다.
이어 강혁은 중요한 말을 했다. “화려한 플레이를 골 넣고 넣어야지만 스포트라이트 받고 그런다. 음지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 궂은 일을 해주는 선수가 좋다. 그 선수는 어딜 가나 꼭 필요하다. 솔선수범해서 궂은 일을 하면서 화려함을 추구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강혁은 그런 점에서 자신의 현역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80점을 주고 싶다.”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대해서도 “루키 때는 멋 모르고 했다. 계속 하다 보니까 이런 큰 게임을 하면 관중도 많이 오고 재미가 느껴졌다. 큰 게임 욕심이 있다. 운이 좋았다”라고 했고, 혹시 영구 결번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한 팀에서 프렌차이즈로 남아야 영구결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구결번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분명한 의사를 드러냈다.
강혁은 유도훈 감독에게도 감사함을 표했다. “전자랜드는 내 은인과도 같다. 삼성에서 나올 때 은퇴를 결심하고 나왔다. 가족들과 상의까지 했다. 그런데 전자랜드에서 유 감독님이 전화가 와서 감독이 아니고 농구선배로서 같이 한번 해보자라고 하셨다. 항상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 중에선 네이트존슨이 기억에 남는다. 나와 잘 맞았고, 재미있게 농구했다”라고 추억했다.
강혁은 모교 삼일상고에서 코치로 제 2의 인생을 연다. 삼일상고 최명도 코치가 마침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 코치로 갔기 때문. 그는 “올 시즌 초반엔 몸이 좋았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면서 5~6라운드엔 심적으로 힘들었다. 고등학교에서 연락 와서 가르쳐보지 않겠나 했다. 가르쳐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제 은퇴를 하니 홀가분하다.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모교에 가서 후배들에게 내 스타일대로 한번 가르쳐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농구가 또 한명의 테크니션을 떠나 보냈다.
[강혁.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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