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약해도 유독 더 약하다.
한화가 또 다시 최악의 4월을 만들어갈 조짐이다. 개막 8연패. 이제 4월 10일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화 내부 흐름과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화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 7.49로 9위이고, 팀 타율도 0.258로 7위다. 2연패를 추가하면 김응용 감독 역대 최다 연패(2004년 삼성 감독 시절 10연패)와 타이를 이루고, 4연패를 추가하면 2003년 롯데의 개막 역대 최다 12연패와 타이를 이룬다. 이미 2008년 개막 5연패를 넘어 구단 역사상 개막 최다 연패 불명예 기록을 매 경기 경신하는 중이다.
알고 보면 한화는 최근 몇 년간 4월에 유독 약했다. 지난해 4월 5승 12패 최하위, 2011년 4월 6승 11패 1무 최하위, 2010년 9승 18패 7위였다. 4월에 부진한 뒤 5월에 반등하는 흐름. 그러나 5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한여름 이후 또 다시 승률을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결국 하위권으로 주저앉는 흐름이 반복됐다. 2007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최근 4시즌 중 3차례 최하위. 모두 4월 부진이 공통된 키워드다.
▲ 승부처는 한여름? 총력전은 시즌초반부터
최근 감독들은 “승부처는 여름”이라고 말한다. 강자 삼성은 한화와는 사이클이 정반대다. 시즌 초반에 강하지 못한 건 매한가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치를 올리는 스타일. 한화엔 피치를 올릴 동력이 부족하다. 삼성이 지난 2년 연속 우승하는 동안 초반 부진에 시달린 건 사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정비가 덜 된 것이지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 또 정비된 전력이 워낙 셌다. 실제 모든 팀은 정규시즌 초반부터 총력전을 편다. 내부정비가 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앞으로 나아가려는 게 프로구단의 당연한 목표.
시즌 초반부터 착실하게 1승, 1승을 쌓아가는 게 가장 안정적으로 순위싸움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삼성 외엔 시즌 중, 후반 대역전극으로 4강 혹은 한국시리즈 티켓을 획득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각 팀들도 내부적으론 “4월부터 밀리면 끝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가뜩이나 한화와 NC외에 전력이 평준화된 상황 속에서 잡고 가야 할 상대는 확실히 잡아야 한다.
이런 흐름은 한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화는 총력전을 펼쳤을 때의 힘이 약하다. 때문에 마음 먹고 승부를 세게 거는 팀엔 이기기가 쉽지 않다. 4월에 너도나도 스타트의 중요성을 감안해 세게 나오는 팀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또 올 시즌의 경우 한화 스스로 자멸하며 내준 뼈아픈 경기도 더러 있었다.
▲ 선수들 컨디션 조절과 보직 배치, 최선입니까?
최근 한 야구인은 “한화 선수들이 유독 4월에 컨디션이 덜 올라오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한화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타 구단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진 않지만, 개막 8연패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정규시즌 직전 컨디션 유지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한화 일부 선수들을 보면 4월에 유독 부진했다가 5월 이후 펄펄 날곤 했다. 지난해 최진행이 비슷한 케이스. 펄펄 날 때를 보면 그렇게 능력이 나쁜 선수들이 아닌데 4월에 집단적으로 부진한 선수가 많았던 건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한화가 4월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계속 써야 할 정도로 예비 벤치 멤버가 약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선수들 보직 배치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한화 마운드는 보직이 사실상 무너졌다. 5선발 윤근영은 이미 무너진 불펜에서 던졌고, 유창식은 2경기 연속 부진했다. 마무리 안승민은 지난해 막판 강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송창식만이 버텨주고 있는 상황. 박정진은 아직 컴백하지 못했다. 불펜 필승조를 다시 추릴 필요가 있다. 최근 몇년간 한화는 마운드 보직이 시즌 내내 그대로 유지된 적이 드물었다.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도저히 4월에 치고 나갈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4월 10일이다. 이제 4월 중순에 돌입한다.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한다면 지난 2~3년의 4월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4월 악몽은 물론이고, 최근 몇년의 악습을 반복하며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한화는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한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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