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뫼비우스의 띠.
사전적 설명은 이렇다. 긴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여서 이루어지는 도형. 창안자인 독일의 뫼비우스의 이름을 딴 이 띠는 면의 안팎 구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서 결국 돌고 돌아도 결국 처음과 같은 위치로 돌아가버리고 만다는 의미. 일종의 혼돈이다. 개막 후 단 1승도 하지 못한 채 8연패와 6연패에 빠진 한화와 NC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매 경기 파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경기에 임하지만 패배의 굴레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 한화 마운드, NC 수비… 재방송 아니니?
한화와 NC는 근본적으로 전력이 약하다. 모든 파트가 취약한데, 그 중에서도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7.49의 마운드. NC는 경기당 2개, 총 12개의 실책이 가장 골칫거리다. 한화의 8연패와 NC의 6연패 과정을 보면 거의 매 경기 유사한 흐름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한화는 선발투수가 잘 막아주면 불펜에서 얻어맞고, 불펜이 그럭저럭 해주면 선발이 무너지는 흐름이었다. 선발과 불펜, 어느 한 파트도 완벽하게 막아낸 경기는 그리 많지 않다. 넥센과의 지난 주말 2연전서는 마운드가 단 8점만을 내줬으나 정작 타선이 5점으로 침묵했다. 극도의 투타 언밸런스다.
NC는 아직 1군 구장에 적응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선수가 기존 구단에서 2군을 전전하던 선수이고, 1군 경험이 있더라도 2~3년 이상 풀타임 주전 경력자는 FA 이적생 이호준, 이현곤 외엔 전무하다. 홈 창원마산구장에서도 아직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9일 잠실 LG전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광활한 구장, 1군 콜업 후 최초로 천연잔디 구장을 사용한다는 부담과 적응의 문제 속 수비에서 실책과 실수가 속출했다.
▲ 당장 해결될 일 아니라서 더 걱정된다
두 팀의 행보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연패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출발선상이다. 통산 1476승으로 현역 프로 최다승을 자랑하는 김응용 감독이나 명장 반열에 올랐던 김경문 감독 모두 허약한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요리사가 유능해도 재료가 시원찮으면 결국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작금의 한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수단의 효율적이지 못한 구성이다. 올 시즌에만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 제기된 문제였다. 그러나 한화 구단은 문제 해결을 옳게 하지 못해 김인식 전 감독 시절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아픔을 맛봤다. 중,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NC는 경험만이 약이다. NC는 한화와는 달리 현 멤버 구성이 자신들이 꾸릴 수 있는 최강이다. 손바닥 부상을 입었던 나성범만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된다. 김경문 감독은 지더라도 부딪히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길 원한다. “창원에서 잠실 원정을 와서 생활하며 컨디션 관리를 해보는 것 자체가 배우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나머지 7개 구단은 두 팀을 타깃화 삼았다. 다른 팀보다 원투펀치 혹은 컨디션 좋은 불펜 필승조를 더 자주 만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에서 더욱 어려운 부분. 이 역시 약자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단순히 9일까지 당한 연패 숫자보다 한화와 NC에 남은 120, 122경기가 더욱 걱정스럽기만 하다.
▲ 일단 첫승 신고가 중요하다
일단 개막 1승이 중요하다.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 감독이 시즌 초반인 걸 감안해 무리한 경기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때로는 이 상식을 깨는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다. 최근 만난 한 야구인은 “한화와 NC는 일단 1승이 중요하다. 시범경기서도 첫 승을 따내니 엄청난 패기가 있었다. 자꾸 뭐라도 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 야구인은 “한화와 NC는 개막전부터 자꾸 지면서 연패를 끊고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더 커졌다. 그러면서 다른 팀에 취약 지구가 더 약하게 보이니 연패를 끊기가 더 어렵다”라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선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하고, 일단 시즌 첫 승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 그렇지 않아도 두 김 감독 모두 선수들에게 화를 내기보다 웃고 격려하는 데 주력한다. 젊고 어린 선수들이라 현 시점에선 채찍보다 당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한화와 NC는 10일 삼성과 LG를 상대로 또 다시 뫼비우스의 띠 출발선상에 선다. 이번엔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날 수 있을까. 많이 배우고 부딪히면서 자신들의 전력을 살찌우는 것만이 살 길이다.
[NC-한화 벤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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