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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항상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 1차전 위닝샷. 경기 종료 1분 15초 전 왼쪽 45도 지점에서 넣은 양동근의 역전 3점포. 경기 내내 뒤지다 이 한방으로 모비스는 승부를 뒤집었다. SK 최부경과 김민수가 파울 부담으로 골밑 수비가 헐거워진 상황. 모비스 로드 벤슨이 SK 진영을 이미 휘저은 상황. 모비스는 외곽슛으로 SK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원샷원킬이었다.
양동근과 김시래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공생관계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코트에 서는 건 미스매치가 된다. 김시래가 박상오와 마주하게 되기 때문. 김시래는 이날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SK가 변기훈, 주희정을 투입하자 김시래를 넣었다. 김시래의 패싱 센스는 모비스 공격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 그래야 SK 3-2 지역방어를 깰 수 있다.
김시래도 양동근에게 여전히 배울 게 많다. 전체적인 경기 템포 조절과 운영 능력에선 양동근이 한 수 위다. 양동근은 “경기 내내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라고 했다. 그 정도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시인했다. 사실 그랬다. 모비스는 이날 2점슛 성공률이 단 41%에 불과했다. 그나마 3점슛 성공률 44%가 찍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완패하는 것이었다.
후반 들어 최부경과 김민수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자 벤슨의 공격이 살아난 상황. 양동근과 김시래는 집요하게 벤슨과 함지훈에게 공격을 맡겼다. 여기서 나오는 볼을 3점으로 연결하는 게 두 사람의 몫. 김시래는 12점 6어시스트, 양동근은 10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운영은 유재학 감독의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양동근이 영웅이 됐다. 경기 내내 뒤지다 1분 15초를 남기고 왼쪽 45도 지점에서 던진 3점슛이 거짓말같이 림에 빨려 들어간 것. 양동근은 그제서야 “동료들 얼굴을 봤다”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본 후배 김시래는 “동근이형은 항상 뭔가 해줄 것 같은 느낌”이라고 감탄을 자아냈다.
양동근은 “긴장 같은 걸 잘 안 한다. 나도 이제 큰 경기 경험이 있는데 긴장한다고 하면 안 된다. 마지막 3점슛을 넣었을 땐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규시즌 1월 9일 경기 마지막 점프슛을 못 넣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좋은 경험을 해서 오늘은 넣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양동근은 “잠실에서 딱히 부담스러운 건 없는 데 자꾸 졌다. SK 선수들이 집중을 많이 하더라. 우리 선수들은 오늘 상대적으로 긴장했고 방심했다. 마지막에 흐름을 갖고 와서 이길 수 있었다”라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드롭 존 공략에 대해서도 “우리가 못 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훈이나 태영이 형이 가운데에서 중거리슛을 넣어주면서 깨진다. 그리고 시래가 패스를 잘 해서 내가 많은 도움을 받는다”라고 고백했다.
김시래는 “실수가 많았다. 집중력이 좋아서 뒤집었다. 솔직히 긴장은 잘 안 됐다. 하던대로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동근이 형을 보면 항상 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엔 뭔가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역시나 해줬다. 분위기 쉽지 않아서 계속 끌려갔는 데 역시 동근이 형은 대단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김시래는 “항상 동근이 형이 하는 거 따라하고 연구를 많이 했다. 드롭 존은 패스를 빨리 돌려주고 슛 찬스가 날 때 과감하게 쏜다. 여유있게 해야 한다. 조급할수록 깨기 힘들다”라고 비법을 내놓기도 했다. 계속해서 “내일 준비를 잘 해서 2차전도 이기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시래의 믿음과 양동근의 해결사 본능. 이들이 바로 모비스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다. 비록 경기력은 부진했으나 이들이 신바람을 내면 모비스는 분명 살아난다. 벤슨의 폭격도 이들의 패스워크 없인 불가능했다. SK는 2차전서도 양동근과 김시래를 경계해야 한다.
[양동근과 선수들. 사진 = 잠실학생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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