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럴 수가. 또 졌다.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2주 여가 흘렀다. 그러나 아직까지 승리를 하지 못한 팀이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14일 홈 그라운드인 대전에서 LG 트윈스에 0-8로 완패했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 후 13경기를 치렀고 13경기 모두 졌다. 개막 13연패는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 등 통산 1476승을 거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진출하고 박찬호가 은퇴했지만 김 감독의 지도력이라면 분명 지난해보다는 나은 모습을 기대해 볼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 감독의 개인 통산 승수는 1476승에서 멈춰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걸까.
지난달 30일 한화의 개막전 상대는 롯데 자이언츠였다. 출발부터 좋았다. 3회초 1사 후 오선진의 좌전 안타가 터졌고 상위타선으로 넘어가자 리드오프로 나선 이대수가 우전 안타를 쳤다. 연경흠의 1루 땅볼로 2사 1,3루가 됐고 이젠 중심타선이 해결할 차례였다. 한화의 중심타선은 송승준이 흔들리고 있을 때 빠른 승부로 연타를 날렸다. 김태완은 4구째를 공략해 1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쳤고 김태균은 2구째를 때려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2-0으로 앞선 한화는 여세를 몰아 4회초 공격에서도 2점을 추가했다. 선두타자 정현석이 중월 2루타를 쳤고 금방 2아웃에 몰렸지만 오선진이 볼넷을 골랐고 이대수가 우익선상 적시 2루타를 쳤다. 주자 2명이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4-0으로 앞선 한화는 4회말 무사 만루 위기도 1실점으로 넘어갔다. 분위기는 한화 편이었다.
이날 한화의 선발투수로 나선 데니 바티스타는 4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넘어가자 5회말에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4점의 리드라면 분명 한화의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6회말 주자 2명을 내보내며 흔들리자 한화는 즉각 투수 교체를 실시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기대를 모았던 임기영이 등장했다. 임기영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강민호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또 다시 투수교체. 좌투수 윤근영은 좌타자 장성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윤근영이 박종윤을 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았고 우타자 황재균이 나오자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한 송창식이 구원 등판했다. 그런데 송창식은 황재균의 몸에 맞추고 말아 밀어내기 실점을 했고 김문호에게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4-4 동점.
그래도 한화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게 한 건 바로 다음 공격인 7회초에 다시 앞서 나가는 득점을 해냈기 때문이었다. 1사 후 이대수가 좌익선상 2루타를 쳤고 대타 추승우가 바뀐 투수 김성배로부터 볼넷을 골랐다. 김태완이 삼진 아웃돼 2아웃이 됐지만 김태균이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5-4로 한화가 리드를 잡았다.
송창식은 7회말 1사 후 손아섭에게 우중월 3루타를 맞고 위기를 맞았지만 강민호를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 장성호를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 가까스로 리드를 지켰다. 이제 9회말 공격을 막는 일만 남은 한화는 마무리투수 안승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운이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전준우의 타구가 3루를 맞고 튕겼다. 3루수 오선진이 처리할 수 없는 공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볼카운트 2B 2S에서 승부를 봤어야 했다. 안승민은 원바운드 공으로 풀카운트로 몰리자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포수는 바깥쪽 공을 요구했지만 안승민의 공은 가운데로 향했다. 전준우의 타구는 날카로울 수 밖에 없었다.
조성환을 삼진 아웃으로 잡았지만 손아섭 타석 때 전준우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것은 한화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1루가 비자 손아섭을 고의 4구로 1루를 채운 한화는 역전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강민호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휩싸였다.
안승민은 볼카운트 1B 2S에서 장성호에게 아래로 떨어지는 유인구를 던졌으나 장성호는 특유의 컨택트 능력으로 이를 좌전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5-5 동점에서 다시 맞이한 1사 만루 위기. 결국 박종윤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5-6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한화였다.
이날 결과는 양팀의 전적은 롯데는 1승, 한화는 1패가 됐다. 겨우 하나 차이. 그러나 이 차이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간격을 만들었다.
다음 경기에서도 한화는 4-5로 뒤진 9회초 김태균의 좌전 적시타로 극적으로 5-5 동점을 이뤘지만 9회말 손아섭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5-6으로 석패했다.
한화의 모든 힘이 소진되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화는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하나의 기회를 놓친 것이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올해는 각 팀당 128경기를 치른다. 128경기 중에 1경기를 졌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그 여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한화가 보여주고 있다.
만약 한화가 개막전을 이겼다면 지금처럼 13연패에 빠져있을지는 의문이다. 단 1경기였지만 그 경기를 결국 이기지 못하고 출발한 것은 한화에게 엄청난 부담이 됐다.
[한화 김응용(왼쪽) 감독이 14일 오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NC 경기 1회초 2실점을 한 후 어두운 표정으로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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