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봄 날씨가 한창인 4월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국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는 '총력전'이었다.
한화는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연승에 도전했다. 전날(16일) NC를 6-4로 꺾고 13연패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한 한화는 이날 선발투수 대나 이브랜드가 조기 강판 당하자 안승민, 유창식, 김혁민 등 주축 투수들을 총출동시켰다. 김응용 감독 특유의 '내일은 없다' 작전이 발동된 것이다.
이날 경기 전 김응용 감독은 "안승민을 선발투수로 쓸 것이다"고 밝히며 18일 NC전 선발 등판을 암시했다. 그런데 이 말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2회까지 3실점하며 흔들린 이브랜드가 3회초 선두타자 조영훈에게 중전 안타를 맞자 한화는 주저 없이 투수 교체를 실행했다. 선발투수로 나온다던 안승민이 구원 등판한 것이다.
안승민은 6회까지 4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사사구는 단 1개도 없는 깔끔한 피칭이었다. 안승민이 버틴 한화는 6회말 이민호의 폭투로 3루주자 정현석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침내 리드를 잡은 한화는 7회초 좌타자 조영훈을 상대하기 위해 좌완투수 유창식을 투입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유창식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출발한 선수로 구원 등판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유창식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깜짝 변신, 조영훈을 삼진 아웃으로 잡고 물러났다.
한화의 '초강수'는 또 한번 현실이 됐다. 선발투수 요원인 김혁민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김혁민은 7회초 1사 후 등장해 이호준을 삼진, 권희동을 3루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이닝을 마친 뒤 8회초 선두타자 조평호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도 박으뜸, 마낙길, 노진혁을 3연속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탈출했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혁민은 2아웃까지 잡은 뒤 송진우 코치에게 공을 넘겼다.
마지막을 장식한 선수는 전날 3⅓이닝을 던지고 세이브를 거둔 송창식이었다. 전날 던진 이닝만 봐도 송창식의 연투 부담을 알 수 있게 한다. 송창식은 이호준을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한화의 4-3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 선발급 투수 4명과 마무리까지 총출동한 것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보기 힘든 인해전술이다. 한화는 연패가 거듭할수록 로테이션을 파괴하는 초강수를 두며 연패 탈출에 매진했다. 1승이 급한 팀이라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연패에서 벗어났음에도 여전히 1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프로는 이겨야 한다. 당장의 1승도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아직 한화에겐 113경기가 남아 있다. '내일은 없다 작전'은 진짜 내일을 없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한화 김혁민이 17일 오후 대전광역시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초 1사 후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대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