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일반적으로 벤치 클리어링은 투수와 타자 사이의 우발적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이 때로 팀워크를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연승을 이어가거나 연패를 끊기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 벤치 클리어링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팀들도 있다.
그렇기에 지도자들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고 나면 자신이 속한 팀의 선수들을 감싸게 마련이다. 제 3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잘잘못이 비교적 명확하고 양측 감독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감독은 자기 선수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정서다. 하지만 상황을 읽는 KIA 선동열 감독의 눈은 벤치 클리어링에 뜨거워지는 벤치와 팬들의 열기에 조금이나마 냉정한 판단의 여지를 제공해준다.
나지완은 지난 16일 경기에서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를 상대로 3회말 1사에 타석에 들어서 초구에 파울 타구를 만든 뒤 2구째에 등 부위에 공을 맞았다. 150km을 웃도는 빠른 공에 몸을 맞은 나지완은 순간적으로 흥분했고, 1루로 걸어 나가는 도중 리즈와 잠시 언쟁을 벌였다. 그 결과 양 팀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 안으로 쏟아져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경기 후에도 양 측의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지완은 리즈가 자신에게 다가와 도발했다고 주장했고, 리즈 또한 몸에 맞는 볼 이후 곧바로 출루하지 않고 한동안 타석 주변에서 서성인 나지완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에 17일 경기가 있기 전 선동열 감독에게 이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투수 출신인 선 감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커브를 던진 뒤에 몸쪽 직구를 던지려고 하다 보면 공이 몸쪽으로 붙을 수도 있다. 바깥쪽 직구를 던진 뒤에 몸쪽 직구를 던지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리즈의 경우는 그런 것이 아니다"는 것이 선 감독의 설명이다. 메커니즘 상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솔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인 선 감독은 무조건적으로 소속팀 선수를 감싸주기보다는 투수 입장에서 리즈의 상황도 고려했다. 하지만 "물론 타자 입장에서 빠른 볼을 맞으면 화는 날 수 있다"며 선 감독은 나지완을 보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나지완이 덕아웃 앞을 지나가자 "요즘 우리는 나지완 없으면 안 된다"는 말로 나지완의 기를 살려줬다. 비록 하루가 지난 일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나지완도 선 감독의 짧은 한 마디에 웃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 감독의 설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벤치 클리어링과 그 순간을 둘러싼 전후맥락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만 선 감독의 말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의 케이스에 대한 분석을 보여줌으로써 투수측과 타자측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조금이나마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선동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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