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모비스 전성시대. 정말 활짝 열린 것일까.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최근 7시즌 중 3차례 챔피언결정전 정복. 모비스 농구가 한국농구를 장악했다고 보면 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말한다. 모비스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 강해졌다. 그들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는 처음엔 ‘부러진 스틱’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챔피언결정전서는 ‘찬란한 판타스틱’이었다. 정규시즌 최다승(44승)을 자랑하는 서울 SK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다음 시즌에 관심이 간다. 기본적으로 모비스는 올 시즌 조직력이 맞지 않아 시즌 중반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내년엔 달라질 수 있다. 이날 김시래 이적이란 뉴스가 터졌으나 포스트시즌서 보여준 완전한 모습을 시즌 내내 가동할 수 있다는 소리다. 주장 양동근은 “내년엔 꼭 통합우승에 도전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소름돋는 유재학, 4차전 직전 2013-2014시즌을 생각하다
유재학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확정된 뒤 이런 말을 했다. “오늘 아침에 생각했다. 내년엔 이대로는 안 된다. 지훈이를 이렇게 활용해선 안 된다. 일리걸 디펜스가 있었던 그 시절의 위력을 되살려야 한다. 비 시즌에 양쪽 45도 엘보우 지점 바로 아래에서 공격을 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모비스가 나아갈 길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볼 때 올 시즌 판타스틱4는 함께 뛸 때보다 전략적으로 출전 시간을 배분해서 뛸 때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양동근과 김시래는 SK전서 미스매치가 돼 함께 뛰는 시간이 제한됐다. 문태영과 함지훈의 동선 문제. 많이 좋아졌지만, 유 감독의 눈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수비자 3초룰 폐지로 함지훈 특유의 골밑 득점 위력이 줄어들면서 유 감독은 결국 문태영이 중용 시간을 늘렸다. 엄밀히 말해서 함지훈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완전한 주전이 아니었다.
유 감독은 결국 문태영, 함지훈을 동시에 뛰게 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함지훈에 대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모비스가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 현대의 이조추(이상민-조성원-추승균) 트리오에 버금가는 아우라를 풍길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이런 생각을 챔피언결정 4차전을 앞두고 했다는 것. 그만큼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증거다. 소름돋는 코멘트였다.
▲ 몇 가지 변수들. 김시래의 이적과 주전들 체력 문제
유 감독의 구상대로 함지훈이 내년 시즌 좀 더 위력을 발휘한다면 챔피언결정전 2연패. 나아가 통합 우승도 꿈이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2013-2014시즌도 모비스가 우승후보 1순위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내부적인 변수. 그리고 외부적인 변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내부적인 변수로는 주전들의 나이와 체력이다. 양동근은 “내년엔 나이가 34살이다. 체력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태영이 형도 37세, 지훈이도 서른이 넘었다(내년 31살)”라고 했다. 체력소모가 큰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건 큰 변수다. 더구나 모비스는 여전히 백업 멤버가 두껍지 못해 주전들의 의존도가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 시즌에 세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문제도 관건.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코트에서 유 감독이 주문한 100%를 해냈다. 기본적으로 모비스가 두 사람 모두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모비스가 두 사람을 놓아버린 뒤 두 사람이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다른 팀이 데려갈 확률은 거의 99%라고 봐야 한다. 유 감독은 “키 큰 센터 1명, 포워드 1명이 좋을지, 키큰 선수 2명이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둘다 장, 단점이 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유 감독은 당분간 외국인선수 퍼즐을 놓고 고민에 빠질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이날 모비스가 김시래를 LG로 이적시킨다고 발표했다. 김시래의 이적은 모비스 팬들로선 충격적인 소식. 그러나 1월 28일 LG와 모비스가 벤슨 트레이드에 합의할 때 추후 신인지명권 양도와 함께 김시래를 데려갈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조건은 모비스의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었고, 결국 LG는 신인이 아닌 검증된 차세대 특급가드 김시래를 데려갔다. 모비스로선 이 변수가 가장 크다.
외부적인 변수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전자랜드와 계약이 만료된 문태종의 행보. 다음 시즌에도 모비스를 괴롭힐 1순위인 서울 SK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아직 귀화혼혈선수를 한번도 영입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에 우선권이 있다. SK와 계약하지 않을 경우 FA 자격이 주어진다. 이밖에 드래프트에 나올 외국인선수들의 수준과 국내 FA들의 행보. 트레이드 등도 외부적인 변수들. 모비스도 이런 환경을 잘 파악해야 내년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된다.
양동근은 “감독님이 시즌 중 생길 모든 변수에 대한 준비를 비 시즌에 미리 다 내놓는다. 시즌 중에 하는 건 10%도 안 된다”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올 여름이 모비스 왕조 구축의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란 의미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울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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