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3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한 달 넘게 승리가 없던 성남이 전북(2-1승), 서울(2-1승)을 연파하며 불과 사흘 만에 순위를 꼴찌 14위서 9위로 끌어올렸다. 골이 없던 원톱 김동섭은 2경기서 3골을 몰아쳤고, 5경기서 8골을 내줬던 수비는 2경기 2실점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상대성에 따른 일시적인 우연일까? 아니면 안익수 감독의 성남이 드디어 정상궤도에 오른 것일까?
성남 팬들이 모처럼 승리의 환호성을 외쳤던, 지난 두 경기를 되짚어보자.
▲ 전술포인트① - 포메이션
올 시즌 성남의 포메이션은 4-1-4-1에 가깝다. 김동섭에 최전방에 서고 김태환, 이창훈이 좌우 측면에 포진한다. 주로 김태환이 오른쪽에, 이창훈이 왼쪽에 포진한다. 현대 축구 전술서 유행하는 포지션 체인지는 거의 없는 편이다. 중앙에선 제파로프, 김성준(또는 김철호)가 호흡을 맞춘다. 제파로프의 경우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상황에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지만 전성기와 비교해 스피드가 떨어진 탓에 측면보단 중앙에서 볼을 배급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4-1-4-1의 두 번째 ‘1’에 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한윤은 4백 수비 바로 앞에 위치한다. 그의 역할은 부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은 ‘1’에서 하지만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센터백 역할을 수행한다. 그로인해 성남 수비는 사실상 5백처럼 보인다. 측면 풀백은 박진포, 현영민이 주전이다. 두 선수의 스타일은 다르다. 박진포는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한다. 하지만 현영민은 1차적으로 수비에 집중한다. 골키퍼는 전상욱이 넘버원이다.
▲ 전술포인트② - 5백
성남 수비는 지난 해 부산과 닮았다. 안익수 감독과 김한윤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한윤은 4백 앞에서 상대 포워드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밀착 수비하고 있다. 전북전에선 이동국을 견제했고 서울전에선 데얀을 괴롭혔다. 특히 성남이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는 후방 깊숙이 내려와 4백을 5백으로 변화시켰다. 이와 관련해 안익수 감독은 “(5백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다. 사전 미팅 때도 선수들에게 수비라인을 내리라는 지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성남이 지난 두 경기서 5백을 사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브라질 출신 애드깔로스의 합류도 성남의 실점률을 줄였다. 심우연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애드깔로스는 민첩함과 제공권을 바탕으로 윤영선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성남 관계자도 “애드깔로스가 들어오면서 수비 밸런스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애드깔로스는 전북, 서울전서 거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 전술포인트③ - 카운터어택
수비만 잘해선 이길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성남은 공격적으로 매우 날카롭게 변했다. 특히 카운터어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좌우 측면에 포진한 김태환, 이창훈은 역습시 간결하고 빠른 침투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가장 큰 장점은 체력이 좋다는 점이다. 20대 초반으로 구성된 성남의 날개는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성남의 카운터어택 전술이 무서운 이유는, 발이 무거운 후반에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안익수 감독은 전북, 서울전서 후반에 가장 먼저 김인성 카드를 꺼냈다. 러시아 CSKA모스크바 출신의 김인성은 발이 매우 빠른 선수다. 이는 전북과의 데뷔전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후반 35분 김동섭의 크로스를 슈팅으로 마무리 지으며 데뷔골을 터트렸다. 서울과의 경기서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발에 힘이 들어가면서 연속골에는 실패했지만 김인성 투입 이후 더 빨라진 성남의 스피드는 상대팀을 어렵게 만들었다.
▲ 전술포인트④ - 김동섭
김동섭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2경기서 3골을 폭발시키며 성남 승리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앞선 5경기서 무득점이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김동섭은 전북, 서울을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자칫 고립될 수 있는 상황에서 김동섭은 후방과 좌우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이며 공간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탁월한 결정력이 돋보였다. 전북과의 경기에선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서울전에선 혼자서 2골을 터트렸다. 환상적인 힐킥은, 최근 김동섭의 물오른 기량을 방증한다.
▲ 전술포인트⑤ - 불안요소
두 번의 완벽한 승리에도 성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불안한 이유는, 너무도 비슷한 패턴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볼을 점유하면서 성남은 자연스레 5백 구축과 함께 역습을 시도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성남이 우세한 경기였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른 뒤 곧장 성남 원정을 치렀고, 서울은 수원과의 슈퍼매치 혈전 뒤 성남을 만났다. 또한 올 시즌 전북, 서울의 수비가 불안한 점도 성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점도 성남의 불안요소 중 하나다. 성남은 당장 김동섭, 김한윤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 이승렬은 원톱보다 측면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특히나 성남 5백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김한윤이 빠질 경우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비슷하거나 뒤처지는 팀을 상대로도 지금의 전략이 통할지 의문이다. 이제 겨우 7경기다. 안익수의 성남을 좀 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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