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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도전기"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발했던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8년 뒤 '평균 이상의 사랑을 받는 일곱 남자'로 거듭났다.
지난 2005년 4월 23일 ‘황소 vs 인간 줄다리기’라는 황당무계한 대결을 선보이며 첫 출발을 알렸던 '무한도전'이 23일 8주년을 맞이했다. 8년이라는 시간의 길이만큼 '무한도전' 속 멤버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출범 당시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MBC '목표달성 토요일-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과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대격돌', SBS '일요일이 좋다-X맨' 등을 통해 MC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던 개그맨 유재석을 제외하면, 오늘날 이들에게 따라붙는 ‘예능 대세’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연예인들이었다.
케이블 VJ에서 갓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합류한 방송인 노홍철은 자막이 없으면 말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 만큼 요령 없는 신예였고,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는 스타였지만 버라이어티에 갓 입문한 개그맨 정형돈도 예능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2012년 MBC '연예대상'의 주인공인 개그맨 박명수도 당시에는 MBC '놀러와'에 패널로 출연해 자신이 준비한 멘트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마음을 졸였다. 박명수의 단짝 방송인 정준하도 MBC '코미디하우스-노브레인 서바이벌' 이후 히트작을 찾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스타 였다. 가수 하하도 어느 프로그램에서나 게스트의 캐릭터를 끌어내며 제 몫을 해내는 지금과 비교하면 철없고 산만한 악동에 가까웠다. 특히 당시 거친 남자의 상징이던 힙합듀오 리쌍 멤버 길이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오합지졸 예능 조합은 지난 8년 간 혹독하기까지 한 도전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무한도전'의 일곱 멤버로 성장했다.
'무한도전'을 오늘까지 키워낸 것도 멤버들이지만, 이들 또한 '무한도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았다. '무한도전'을 통해 만들어진 이들의 캐릭터는 이들이 투입되는 어느 방송에서나 활용 가능한 새로운 예능 코드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MC 유재석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나름의 색깔을 가진 1인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무한도전' 멤버들이 활약하고 있는 프로그램만 지상파,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23개(유재석 3개, 박명수 3개, 정준하 4개, 정형돈 3개, 노홍철 4개, 하하 4개, 길 2개)에 이른다는 점은 MBC에 소속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전 예능프로그램에 끼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개념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킨 공을 제외하고서라도, 멤버들의 성장 자체만으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전과 후로 대한민국 예능의 역사가 나뉜다는 평을 들을 자격이 있다.
300회 특집에서 유재석이 털어놓은 "언젠가 '무한도전'이 끝나는 날 나의 예능인생도 같이 저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말이 감동적인 고백 그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MBC '무한도전' 멤버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길. 사진 = M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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