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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이후 8년 동안 MBC '무한도전'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특정한 문화로 발전했다.
'무한도전' 방송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 제작 방식에 반향을 일으켰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현 세대의 문화 깊숙이 자리잡으며 방송이 담은 메시지가 대중의 사고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러한 '무한도전'의 파급력 뒤에는 이전의 예능 프로그램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충성도 높은 팬덤 형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각각의 연예인 팬덤이 뭉쳐서 이뤄진 세력이 아닌, '무한도전'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고, 프로그램 인기와 함께 팬덤 규모가 확장되면서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도 마찬가지로 넓어졌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출연자들의 행동이나 발언에 반응하는 자막을 삽입함으로써,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단순히 출연자의 말을 문자화하는 것 이상의 하나의 웃음소재가 되도록 활용 방법을 바꿨다.
또 게스트 없이 MC들로만 진행 가능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등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캐릭터화를 통해 얻은 효과로 '무한상사'나 '명수는 12살' 등의 콩트를 만들 수 있던 이유와도 같았다. 개성이 뚜렷한 각 캐릭터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극적인 요소가 강했고, 이 때문에 따로 게스트가 없어도 각 캐릭터가 주고 받는 상황만으로도 스토리가 개입되면 다양한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카메라 밖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전부였던 연출자의 영역은 김태호 PD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연출자 스스로 프로그램 속 캐릭터화 됐다. 이 같은 영역 확장이 특별한 건 '무한도전'이란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의 룰을 정한 연출자가 '무한도전' 세계 안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출연자들과 마주하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무한도전' 세계의 절대적 존재와 '무한도전' 세계 속 캐릭터들의 대면으로, 캐릭터들은 절대적 존재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끔씩 김태호 PD에게 불평불만하는 독특한 재미의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스피드 특집' 당시에는 독도에 대한 메시지를 프로그램 속에 숨겨 놓고 대중이 스스로 독도 문제에 대해 학습하고 의식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촉발했다는 점에서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 주력한 웃음과 감동 이상의 것을 창출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실시됐던 '식객 특집'과 여기에서 비롯된 비빔밥 광고 또한 '무한도전'이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깬 사례다.
정기적으로 시행한 가요제 특집과 파생된 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은 음원 시장을 뒤흔들었다. 기성 가수들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가 음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침체된 음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음원 돌풍이 지속되며 일부에선 가수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과 완성도 있는 음악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남긴 가장 큰 수확은 대중에게 '도전'의 가치를 되새겼단 점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행하는 '무한도전'이 매번 성공하진 못했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공, 실패 여부와 상관없이 '도전' 자체만으로도 값어치 있단 교훈을 대중에게 꾸준히 전달할 수 있었다.
[MBC '무한도전'.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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