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묘한 긴장감이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이적생들과 친정팀들의 만남 속엔 묘한 긴장감이 있다. 트레이드, 혹은 FA를 통해 이적한 선수들이 친정팀을 상대할 때 다른 팀들과 절대로 같은 마음이 들 수 없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평상시에 갖고 있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적생들을 상대하는 친정팀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이적생들의 활약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떠나 보낸 선수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것. 친정팀으로선 2배의 아픔이다. 반대로 그저 그런 활약을 보이더라도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24일 잠실구장. 삼성과 LG의 시즌 첫 맞대결이 열렸다. 지난 겨울 3대3 맞트레이드, FA와 보상선수 교환을 한 뒤 첫 만남.
▲ LG, 믿고 쓰는 삼성표 3인방
아직 이 트레이드의 승자를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현 시점에선 LG가 좀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LG가 삼성에서 데려온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을 너무나도 잘 써먹고 있다. 정현욱은 유원상과 함께 불펜 필승조를 구축했다. 손주인은 주전 2루수를 꿰찼다. 현재윤도 주전포수로 안방을 차지했으나 최근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부상에서 회복될 경우 주전복귀가 유력하다. 김효남만이 별다른 활약이 없는 상황.
반대로 삼성은 LG에서 데려온 김태완, 정병곤, 노진용, 이승우의 활약이 미미하다. 25일 현재 김태완만이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는데, 그는 백업 내야수로서 10경기서 4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다. LG는 당연히 이날 경기서 손주인을 주전으로 투입했고, 경기 흐름이 박빙으로 이어지자 어김없이 정현욱을 투입했다. LG에 삼성 출신 3인방이 없다는 건 이제 상상하기가 힘들다.
▲ 정현욱·손주인 비수 꽂기 저지한 삼성
정현욱은 올 시즌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25, 손주인은 타율 0.323 9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맹활약이다. 삼성으로선 두 사람이 몹시 부담스러운 상황. 운명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손주인은 7번 2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0-1로 뒤지던 4회 1사 1,3루 찬스에서 삼성 선발 릭 반덴헐크를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더 이상 활약을 선보이진 못했다. 수비에선 건실했으나 삼성에 큰 데미지는 아니었다.
정현욱의 투구가 이날 승부를 가른 백미였다.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7회 2사 2,3루에서 선발 레다메스 리즈가 남기고 간 주자들을 고스란히 홈으로 보내줬다. 승계주자 실점. 그것도 박한이에게 내준 1루방면 평범한 땅볼이 갑자기 잠실구장 내야 흙을 맞고 크게 튀어 2타점 적시타로 둔갑한 것이었다. 정현욱으로선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으나 아쉬운 순간. 반대로 삼성으로선 이적생을 공략해 기분좋게 승기를 가져온 장면. 이적생들의 비수를 끝내 막아낸 삼성이었다.
▲ 친정팀·이적생 맞대결, 누가 유리할까
확실히 손주인이 타석에 들어설 때, 정현욱이 마운드에서 투구할 때 두 팀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남달랐다. 더구나 경기 자체가 정현욱이 박한이에게 결승타를 맞자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LG 이적생들이 그동안 삼성 이적생들보다 활약이 더 좋았지만, 이날만큼은 삼성이 LG 이적생들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삼성이 계속 LG 이적생들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이적생들은 확실히 좀 더 경기에 집중을 한다. 그런데 그만큼 친정팀도 이적생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는다. 이적생 역시 친정팀의 성향을 잘 안다. 그러나 이적생들은 친정팀을 떠나면서 친정팀의 바뀐 점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친정팀은 이적생들의 데이터와 최근 성향을 전력분석을 통해 모두 파악 가능하다는 건 미묘한 차이점이다.
이런 점만 볼 때는 친정팀이 항상 이적생들을 쥐 잡듯 잡아낼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팬들은 이적생들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예측 불가능함이 최고 매력. 기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의외성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유독 친정팀에 강한 이적생들이 많다. 이들은 말은 하지 않아도 “날 버린 팀에 보여줘야지”라는 마음이 있다. 정현욱과 손주인, 그리고 나머지 6명 모두 친정팀을 상대로 독기를 품고 나온다면 올 시즌 삼성과 LG의 대결은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손주인(위), 정현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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