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수 세대교체. 역시 쉽지 않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당시 예비 고졸신인 한승택에게 반했다. 김 감독은 그가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서 가능성을 비춘 유망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리던 한승택에게 “쟤는 내년에 무조건 주전이야”라고 했다. 실제 김 감독은 한승택을 올 시즌 초반 주전으로 활용했다. 개막전서는 정범모를 선발 출장시켰으나 한승택에게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였다.
파격적이었다. 고졸신인이 개막엔트리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포수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포지션. 고졸신인에게 주전을 맡긴다는 건 모험에 가깝다.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였으나 예상대로 혹독한 프로 적응기를 겪었다. 13경기서 0.043에 그친 타격 부진이 아쉬웠다. 블로킹과 송구능력 등 기본기는 괜찮았으나 투수를 이끄는 아우라도 2% 부족했다.
한화 투수들이 연일 대량실점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한승택은 그런 투수들을 토닥거려줄 여유가 없었다. 한 마디로 제 코가 석자. 김 감독은 결국 변화를 줬다. 베테랑 포수 최승환을 콜업했다. 정범모의 활용도도 늘렸다. 박노민도 얼굴을 내비쳤다. 한승택에게 비중을 두는 듯하면서도 포수들을 돌려가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승택이 25일 돌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이 원인이었다. 19일 잠실 두산전서 홈으로 돌진하던 두산 오재원과 충돌해 무릎 내측 인대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선수보호 차원에서 빠졌다. 김 감독이 한승택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증거. 한승택 대신 1군에 올라온 포수는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이준수다.
한화 1군 포수진은 최승환, 정범모, 이준수 3인 체제가 됐다. 최승환이 베테랑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장 정범모와 이준수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승택이 정상 복귀하면 다시 주전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여전히 한승택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만, 한승택의 1군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부상이 겹친 상황에서 더 이상 다른 선수들을 외면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해 한화는 신경현이 70경기, 정범모가 69경기, 이준수가 36경기, 최승환이 22경기, 박노민이 15경기에 나올 정도로 확실한 주전포수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정범모가 선발로 52경기에 나서면서 주전에 가장 가까웠으나 누구 하나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신경현의 노쇠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느린 현실. 하루 아침에 포수 세대교체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한화는 2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6.38로 최하위다. 투수들의 제구 난조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포수들이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느냐를 의심해봐야 한다. 마운드가 약한 한화 사정상 포수가 중심을 잡아주면 젊은 투수들도 쭉쭉 성장할 수 있다. 심지어 베터리가 안정되면 내야 수비도 좀 더 정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 젊은 포수진의 역량으론 팀 전체에 시너지효과를 불어넣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젊은 포수들을 자꾸 써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한화 포수 세대교체가 말처럼 쉽지 않다. 기본 전력이 약한 상황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들을 중용하기도 여의치 않다. 김응용 감독이 한승택 없는 1군 포수진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한승택은 언제 돌아올 것인지. 돌아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한승택이 없는 현재, 다른 포수들에겐 기회다.
[한승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