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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무한도전' 8주년에 자축은 없었다. 대신 새로운 형식의 도전으로 '무한도전'의 진짜 의미를 되새겼고, 익숙한 웃음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2005년 4월 23일 시작된 '무한도전'은 지난 23일 8주년을 맞았다. 8년 동안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웃음과 감동을 전해줌으로써 한국 대표 예능 이상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무한도전'은 8주년 특집으로 27일, 대표 콩트 코너인 '무한상사'를 선보였다.
'무한상사'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같은 직장 안에서 상사와 부하 관계로 얽히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웃음으로 버무린 코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8주년을 맞아 콩트 '무한상사'에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는 파격을 구사했다. '레미제라블'의 'One Day More'를 패러디 하는 장면을 비롯해 뮤지컬 스타 홍광호를 섭외하는 등 단순한 흉내에서 그치지 않고 '무한상사' 뮤지컬 버전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8년간 이미 여러 차례 예능의 형식을 깨트려왔던 '무한도전'인데, 8주년 특집 또한 예능의 한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 결과물이었다.
무엇보다 '무한도전' 8주년이 의미 있었던 건 '무한상사' 정준하 과장의 정리해고 때문이다. '무한상사' 유재석 부장은 사장의 지시로 부서 내에서 한 명을 해고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정준하 과장이 그토록 평소에 먹고 싶어하던 초밥을 사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준하 과장을 해고시켰다. 능력은 떨어지지만 인정과 웃음 많았던 정준하 과장도 결국 자신이 해고 당했단 사실에 눈물을 흘렸고, 동료들은 정준하 과장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 장면은 정준하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슬픔이 배가된 측면도 크지만, 해고 당하는 정준하 과장의 모습뿐 아니라 자신이 해고되지 않은 사실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박명수 차장의 모습이나 각자 나름의 사연 때문에 정준하 과장을 위로할 수도, 그렇다고 기뻐할 수도 없는 다른 동료들의 모습이 실제 평범한 직장 속 풍경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공감, 그리고 슬픔까지 자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번 8주년 특집에서 김태호 PD와 7명의 멤버들은 왜 그들에게 '대표 예능'이란 수식이 붙는지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무한상사' 정준하 과장의 정리해고 장면은 웃음이란 예능의 철칙을 지키면서도, 그 뒤에 슬픔이란 반전된 감정을 녹이는 방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정준하 과장이 유재석 부장과 함께 초밥을 먹는 모습은 정준하 과장의 엄청난 식욕이 웃음을 주지만, 유재석 부장도 알고 시청자도 모두 눈치챈 정준하 과장의 해고 사실을 정작 당사자만 모른 채 허겁지겁 초밥을 먹느라 들뜬 얼굴이란 게 가슴 한 켠에 웃음과 슬픔이란 역설적인 감정을 들게 만든 것이다.
유재석 부장의 말처럼 늘 "지금이 위기"라지만 '무한도전'은 8년 동안 한국 대표 예능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리고 이번 '무한상사' 편은 이들이 어떻게 대표 예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를 헤아려 볼 수 있던, '무한도전'만이 가능한 아주 특별한 방송이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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