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맨날 나아지겠다는 소리를 하면 뭐해요.” “책임감 갖고 후배들을 다독이겠다.”
한화의 4월은 예상대로 힘겨웠다. 5승 16패 1무. 6위 롯데와도 4.5경기 차가 나는 7위. 애당초 4강은 꿈꾸지도 않았다. 그래도 다크호스 역할은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무기력했다. 개막 13연패를 끊은 뒤 5승 1무 3패. 괜찮은 페이스이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너무 승패 적자가 벌어졌다.
타선은 그럭저럭 터지는 데 마운드와 수비의 불안함이 크다. 장기레이스에서 매우 불안한 요소를 떠안은 채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런 한화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주장, 그리고 최고참급 야수가 바라본 한화는 사뭇 달랐다. 뉘앙스는 180도 달랐는데, 알고 보면 다 맞는 얘기다. 그래서 한화의 현실이 더욱 서글프기만 하다.
▲ 김태균 “좋아질 것이란 소리를 하면 뭐해요.”
김태균은 냉정했다.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인천 SK전서 무려 6개의 볼넷을 얻었다. 1개만 더 얻었으면 역대 1경기 최다 볼넷 신기록.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김태균은 “내가 못 친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김태균이 볼넷을 얻어 안타를 날릴 기회가 줄어든 건 맞다. 하지만, 김태균이 6볼넷을 얻은 건 후속타자 최진행, 김태완의 부진과 궤를 함께 한다고 봐야 한다. 최진행은 1일 현재 타율 0.213 7타점, 김태완은 타율 0.200 5타점. 김태완은 결국 부상이 겹쳐 1군 말소됐다.
한화를 상대하는 투수들 입장에선 굳이 4번 김태균에게 승부를 걸어올 이유가 없다. 최진행과 김태완이 부진한데다, 세 타자를 제외하곤 한화 타선에서 딱히 큰 것 한방을 쳐줄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김태균은 “내가 투수라도 나를 피해갔을 것이다. 어차피 4번타자는 다른 팀에서도 다 그렇게 견제를 받는다. 좋은 공을 안 준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신 김태균은 타격 슬럼프에 빠진 최진행에게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난 아무 말 안 한다. 안 좋을 땐 모두 한 소리 할 텐데 나까지 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조언을 해봤자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나도 슬럼프를 겪어본 결과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한화의 부진을 두고서도 주장으로서 따로 하는 말이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 의미로 조언이라고 건넨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 잔소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 김태균은 그저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한다. 주장이 더욱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좋아질 것이란 소리를 하면 뭐해요”라는 말.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결과로 보여주자는 의미다.
▲ 부상 딛고 1군 올라온 고동진 “후배들 다독이겠다”
고동진은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지난해 10월 양쪽 무릎 수술을 받고 비 시즌에 재활에만 집중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만난 고동진은 “무릎은 아프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나 지명타자로 나설 정도로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 그럼에도 1군에 올라온 이상 그라운드에 몸을 내던지겠다는 각오다.
고동진은 “내가 외야 수비를 해줘야 라인업에 구색이 갖춰진다.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게임 감각을 빨리 찾겠다. 나부터 긴장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동진은 공수주를 갖춘 선수. 지금 한화에 가장 필요한 유형의 선수. 그는 “타순에 연연하지 않겠다. 수비도 완벽하게 하겠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그에게도 한화의 부진이 안타까웠다. 고동진은 “어느덧 내가 팀에서 2~3번째 서열이더라. 2군에서 1군 경기를 지켜봤는데 답답했고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이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후배들을 잘 다독이겠다”라고 했다. 고동진은 아직 100% 전력 질주가 불가능한 상황. 이날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2루에서 아웃 돼 단타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대단하다. 고참부터 솔선수범을 하겠다는 의미. 가장 이상적인 코멘트였다.
김태균과 고동진의 발언은 정 반대였다. 김태균은 냉정했고, 고동진은 희망을 노래했다. 마치 자식이 스스로 커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현실론과 자식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함께 나아가고 싶은 어머니의 이상론과도 같다. 그러나 그 속의 진심은 같다. 두 사람 모두 나락에 빠진 한화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게 한화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힘겨운 4월을 보낸 한화. 다른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김태균(위), 고동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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