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방법을 바꿨어요.”
한화 이대수의 초반 기세가 뜨겁다. 이대수는 2일 현재 23경기서 타율 0.322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멀티히트를 9경기서 기록했고, 득점권 타율도 0.350으로 순도가 높다. 실책도 단 1개.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투타 밸런스 엇박자 및 수비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이대수는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1일 대전 롯데전서는 무안타에 그쳤으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김응용 감독은 이대수에게 중책을 맡기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지만, 개막전 이후 꾸준히 톱타자로 출전했다. 최근엔 3번타순에 들어서는 경우도 많다. 한화 기존 중심타자들인 최진행과 김태완이 시즌 초반 부진한데다 김태완이 최근 잔부상이 겹쳐 1군에서 말소됐기 때문. 한 마디로 현재 한화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가 김태균과 이대수다.
▲ 스프링캠프부터 확 달라졌다, 훈련량 늘렸고 훈련 방법 바꿨다
이대수를 1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만났다. 이대수는 최근 활약을 두고 “체력 보강에 중점을 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체력이 썩 강하지 않은 선수였다. 때문에 상승세를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한 시즌을 치르려면 스프링캠프에서 체력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때 만들어놓은 체력으로 한 시즌을 버티는 것이다. 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은 현상 유지일 뿐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을 늘렸다. 훈련 방법도 바꿨다”라고 했다.
기술적으로도 연구를 많이 했다. “타격은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훈련량을 늘린 정도”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수비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스프링캠프 때 타구에 미리 스타트를 끊는 연습을 많이 했다. 일종의 민첩성 기르기 연습이다. 수비 펑고를 정말 많이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이대수 역시 과거 수준급 수비력을 선보이다가도 갑자기 실책을 연발하며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그런 현상조차도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
김응용 감독은 애당초 유격수 세대교체도 생각해봤으나 결론은 이대수였다. 그만한 유격수가 팀 내에 없다.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이대수는 훈련량을 늘리고, 방법을 바꾸면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모습. 이대수는 “최근 2~3년간 계속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다가 중반 이후 좋아졌다. 왜 그럴까 생각한 결과 훈련 방법을 바꾸게 됐다”라고 했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 귀감이 되는 부분.
▲ 실력이 안 되더라도 수모는 당하지 말자
한화는 올 시즌에도 예상대로 약한 전력을 드러내고 있다. 1일 대전 롯데전서도 불펜 불안으로 승기를 넘겨줬다. 상대가 연이은 실책으로 흔들렸지만, 한화는 상대의 약한 고리를 매섭게 파고 든 뒤 흐름을 틀어잡는 힘이 아직 부족하다. 이대수 역시 팀의 이런 현실을 잘 안다. 이대수는 “개막 2연전서 연이어 역전패 한 게 컸다. 2경기 중 1경기만 잡았더라도 개막 13연패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힘든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고비를 넘기는 힘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것.
이대수는 최근 조금씩 팀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한화는 13연패 탈출 이후 10경기서 5승 1무 4패로 썩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주장 태균이를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13연패를 당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연구를 했다. 요즘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보인다. 작년과 재작년에 비하면 확실히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대수도 고참으로서 선수들에게 한 마디를 꺼냈다고 한다. “따로 선수들을 모아서 얘기한 건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얘기다”라면서 ‘상대에 실력이 안 되더라도 수모는 당하지 말자’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알고 보니 이대수는 13연패 과정에서 타 팀의 모 선수가 “한화는 곧 NC와 붙으니 그때 연패를 끊으면 된다”라고 무심코 말한 걸 들었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대수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라고 했다.
▲ 톱타자? 3번? 부담스럽다, 그래도 책임감 갖고 하겠다
이대수는 “솔직히 톱타자, 3번타자를 해본 적이 없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는 게 부담스럽더라. 톱타자 역할을 정말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니 더 부담이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 우리팀 사정상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 잘 해내야 한다. 우리팀이 더 강해지려면 다른 선수가 3번을 맡아야 하지만, 그 전까진 3번타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대수는 그만큼 주어진 역할에 대해 간절하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 개개인이 맡은 임무를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요즘 선수들이 달라지고 있다. 작은 플레이 하나를 간절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원정 가서는 경기 후 숙소에 들어가서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연습하는 선수도 있다.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수는 올 시즌 초반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확실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118경기서 타율 0.279 4홈런 48타점, 13실책으로 수준급 성적을 냈다. 올 시즌엔 더욱 스스로에게 엄격해졌다. 그라운드 밖에선 팀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젊은 선수들은 이런 이대수에게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멀리서 힌트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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