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믿음은 같지만, 기대치는 다르다.
모든 감독은 경기 전 선발라인업을 짜면서 경기에 대한 구상까지 함께한다. 이때 선수들을 배치하면서 ‘이 선수가 이때 이런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까지 함께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발라인업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 롯데 김시진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요즘 2번에 배치하는 황재균과 4번에 배치하는 김대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 기대치가 좀 다른 모양이다. 이대호와 홍성흔의 연쇄이탈로 공백사태가 빚어진 롯데 4번타자. 돌고 돌아 무명 김대우가 그 자리를 꿰찼다. 김 감독은 김대우에게 “성장하는 중”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감독들이 4번타자에게 기대하는 정도보다는 기대치가 낮을 것이다. 어려움도 겪어보고 경험도 쌓이면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2번 황재균에게 거는 기대는 좀 더 높은 모양이다. 사실 황재균은 넥센 감독 시절 자신이 중용한 선수다. 그만큼 김 감독은 황재균에 대해서 잘 안다. 당연히 기대치가 높다. 김 감독은 “당분간 재균이를 2번으로 쓸 것”이라고 했다. 믿음의 크기는 김대우에게 보내는 그것과 같다. 그러나 김 감독은 황재균이 알 껍질을 깨고 좀 더 성장하길 바란다.
▲ 아프니까 4번이다, 투수 전향 2년차 김대우 거포로 성장 중
김대우는 190cm에 85kg. 당당한 체구다. 그동안 온전히 투구하는 데 힘을 써왔다. 광주일고 시절 그는 촉망받는 투수였다. 2003년 롯데에 2차 1번으로 지명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고려대와 상무, 대만무대까지 거치며 인고와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결국 투수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방망이를 잡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96 10홈런 65타점 21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 방도 있고 주루 센스도 괜찮다는 평가.
그런 그가 올 시즌 김 감독에게 4번 후보로 점 찍혔다. 시즌 초반 하위타순에 배치됐으나 전준우, 강민호 등의 연이은 부침 속 4번으로 중용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 김 감독은 “변화구 대처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어이없는 볼에 헛스윙하지 않는다. 4번타자로 성장 중”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결국 2일 대전 한화전서 1군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바티스타의 148km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홈을 밟고 덕아웃에 돌아온 그에게 김 감독은 특유의 인자한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3일 현재 그의 성적은 20경기서 타율 0.286 1홈런 11타점. 삼진이 25개로 분명 고전하고 있다. 그래도 잠재력과 가능성만큼은 대단하다. 김 감독은 김대우를 꾸준히 4번으로 내보낼 요량이다. 설령 고전하더라도, 다른 팀 4번보다 아우라는 약해도, 언젠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김대우는 지금 아프니까 4번이다.
▲ 탑 클래스로 클 줄 알았다, 황재균 3할 쳐야 잘하는 것이다
황재균은 시즌 초반 김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 0.256 1홈런 14타점. 실책도 팀에서 가장 많은 4개. 김 감독이 황재균에게 거는 기대는 김대우보다 좀 더 높다. 이미 황재균이 1군에서 5년 정도 풀타임으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또 김 감독은 “체격 좋지, 어깨 좋지, 한 방 있지, 애지중지 키운 선수다”라고 넥센 시절을 회상했다.
김 감독은 대뜸 “재균이가 롯데로 간 뒤에 탑 클래스 선수로 클 줄 알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최고 3루수를 논할 때 황재균은 SK 최정, 삼성 박석민 등에 비하면 살짝 뒤처지는 위치. 김 감독은 “재균이가 밀어서 우측으로 홈런을 칠 정도로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타율도 그 재능에 3할은 쳐야 잘 하는 것이다”라며 살짝 불만족스러워했다.
5월이 되면서 황재균은 점점 살아나고 있다. 1일 대전 한화전서 결승타 포함 4안타 3도루를 기록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적지 않은 실책과 불안한 수비가 나오고 있지만, 2일 경기선 안정된 수비와 함께 1안타를 쳤다. 2번에 배치된 뒤 타격감은 상승세. 김 감독은 “재균이처럼 연습했는데 3할이 안 나오면 재능이 없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하루도 빠짐 없이 엑스트라 훈련을 했다”라며 은근슬쩍 제자를 치켜세웠다. 좀 더 잘해주길 바라면서도 그만큼 믿는다는 의미다.
새로운 4번타자와 2번타자. 김시진 감독의 기대치는 다르다. 하지만, 믿음의 크기는 같다. 김 감독은 당분간 선발라인업을 쓸 때 두 사람을 자신있게 4번과 2번에 적을 것 같다.
[김대우(위), 황재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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