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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전용덕 촬영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이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슈렉 포에버' 등의 비주얼이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이런 전용덕 감독이 드림웍스의 야심작 '크루즈 패밀리'를 들고 크리스 샌더스 감독과 커크 드 미코 감독과 함께 금의환향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크루즈 패밀리' 전용덕 촬영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 촬영감독은 1997년 애니메이터라는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다. 처음 꿈은 미국의 학교를 졸업한 뒤 월드 디즈니에 입사해 애니메이터로 2년 간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취업이 쉽지 않았고 작은 회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 2003년에는 드림웍스로부터 자신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는 메일을 받게 됐다. 이후 자신을 내건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자신의 할리우드 작품을 들고 고국 땅을 밟은 뒤 직접 애니메이션을 홍보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그야 말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전 촬영감독은 "한국 사람들의 창의성과 능력,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할리우드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이 한국에서 아직 못 나오는 건 인내심과 끈기의 문제 같다. 투자하고 끝날 때까지 지켜봐줄 수 있는 4~5년 기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능력과 자본력 등이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충족되면 한국에서도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술력과 창의력은 뛰어난데 뒷받침해줄 제도가 없지 않나 싶다"면서도 "개인적 생각이다. 한국에서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 한국적인 미를 녹여 왔다. '슈렉 포에버'에서 부채춤이 들어간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인 '크루즈 패밀리'의 경우 한국미를 녹일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후문.
전 촬영감독은 "'쿵푸팬더'는 동양적인 미, 한국미를 살리려 노력했다. 보고 자라고 자라온 곳이 한국이라 여백미를 살리며 작업했다. '슈렉' 시리즈는 1~3편 있어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부분 많이 없어 기회를 살려 부채춤 같은 걸 넣었다. 하지만 '크루즈 패밀리'는 한국 문화를 넣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며 "아이디어를 냈지만 실패한 게 있다. 신을 신는 장면에서 짚신을 넣어보려 아이디어를 냈는데 바닷가에서 나온 물건으로 만드는 것으로 되는 바람에 짚신이 떨어졌다. 이번에 하고 있는 건 꼭 한국적인 것으로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할리우드 내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에 대해서도 전했다. 덕분에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촬영감독은 "지금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것이 영광스럽다"며 "자부심을 크게 느꼈을 때가 '올드보이' 때다. 개봉 후 많은 분들이 '한국영화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라며 박찬욱 감독님의 또 다른 작품에 대해 물어봤다. 나도 미국에서 한국영화를 많이 못 봐 잘 몰랐지만 인터넷 검색 등을 해서 알려줬다. 굉장히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그 이후 한국의 실사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는 한국 영화가 세계인에게 인정받은 것만큼 애니메이션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며 "꼭 언젠가는 그런 애니메이션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전 촬영감독은 '관객과의 공감'이 중요하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공감'이라는 것. 실제 할리우드에서는 긴 제작기간 동안 계속 스크리닝을 거듭해가며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한 부분을 빼고, 성공요인들을 더하며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이 외에도 상업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길 원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전 촬영감독은 "애니메이션은 끈기를 요하는 장르다. 하루 만에 뭐가 나올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끈기를 가지고 시도하고, 정말 좋아하는 길이라고 생각됐을 때 시도하라고 말하고 싶다. 시작할 때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분야를 확실히 결정 후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하나를 잡아 집중적으로 공부하라고 말했는데 그건 어느 정도를 알 때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은 스토리텔링을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컴퓨터 코드만 잘 알아서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능력이 안 된다. 삶의 경험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선배로서 충고했다.
이런 전 감독이 드림웍스에 '크루즈 패밀리' 주인공 중 한명의 목소리로 추천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선배이자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이병헌이다.
전 촬영감독은 "난 (캐스팅) 권한이 없다"면서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뜨고 있는 아이돌 스타니까 한국에서도 젊고 연륜이 있는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 이프는 누가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기 잘 하는 걸그룹 중 한 명이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병헌씨를 너무 좋아한다. 고등학교 선배기도 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서 이병헌 선배가 코미디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병헌 선배가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캐릭터를 하면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몸이며 코미디 개그며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프로듀서에게 말을 했었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있다고 말씀만 드렸는데 대답이 없더라"라고 농담기 섞인 후일담을 들려줬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시간에 돌아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귀국 전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전 촬영감독은 "돌아올 때 목표가 있다. 아카데미에서 애니 감독상을 수상하는 감독이 돼야 돌아올 것"이라며 "드림웍스에는 감독이 꼭 되고 싶으니 시켜달라고 말해 놨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전 촬영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크루즈 패밀리'는 커크 드 미코 감독, 드래곤 길들이기'를 제작한 크리스 샌더스 감독 및 제작진이 합류한 작품이다. 호기심을 가장 두려운 것으로 여기던 가족이 동굴에서 나와 신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렸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딸 바보' 아빠 그루그, 엠마 스톤이 그루그의 딸 이프, 라이언 레이놀즈가 호기심 충만한 캐릭터 가이, 캐서린 키너가 우가의 목소리를 맡아 연기했다. 전체관람가. 오는 16일 3D 개봉.
['크루즈 패밀리'의 전용덕 촬영감독.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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