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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인교진과의 인터뷰는 유쾌했다. 전작인 MBC 드라마 '마의'에 대해 설명할 때는 부탁하지 않아도 대본 속 연기를 눈앞에서 열정적으로 재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고, 말투에서는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배우로 오랜 무명의 시간을 거치며 체득한 연기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교진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솔직하게 회고했다.
"배우를 시작하고 7년 정도 지났을 때에요. 멋진 결과물을 내놓으며 부모님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 성과물이란 게 마음처럼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돈만 축내는 것 같아 부모님을 뵙기 죄송한 마음도 들고, 트러블도 생겼죠. 그래서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겠다. 연기 다시는 안 한다'라며 손에 비행기 티켓이랑 500달러만 쥐고 무조건 미국으로 떠났어요. 부모님께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을 때 돌아오겠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요. 그렇게 도착한 미국에선 세차장 일부터 시작했죠. 그런데 두 달 만에 영화 '신기전'에 캐스팅 됐다는 연락이 왔어요. '다시는 연기 안한다'고 하고 떠난 미국이었는데, 막상 연락을 받으니 좋아서 뒤도 안돌아보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좀 허무한 얘기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저에겐 연기 밖에 없었던거예요."
인교진은 연기가 자신의 운명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열정에도 지난 200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교진은 '마의' 속 권석철이란 역할을 만났다.
"오랫동안 정직하고 착한 역할만 했어요. 착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밋밋하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러던 중에 SBS 드라마 '내일이 오면'에서 바보 이성룡 역을 소화하면서 역할을 연구를 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들어간 게 '마의' 속 권석철이에요. 처음엔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는데, 조금씩 애드리브를 하면서 캐릭터에 웃음 코드를 더해갔죠. 다행히 '마의' 종방연에서 이병훈 감독님이 '권석철 역할이 원래는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네가 노력해서 부각됐다'라는 칭찬을 해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권석철이라는 캐릭터가 존재감 있게 그려져서 마냥 좋았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에서 벗어나 주인공의 말만 전하는 역할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에 조금씩 애드리브를 더해 허당 캐릭터를 만들어 갔어요. 나중에는 그런 모습이 재밌었는지 작가님도 권석철이라는 캐릭터를 바보스럽게 그려주더라고요.(웃음) '마의'는 스스로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연기를 했다는 점에서 제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로 남을 것 같습니다."
현대극 한 편을 마친 것보다 몇 배의 체력이 소모된다는 사극 촬영. 그렇기에 으레 한 편의 사극이 끝나면 배우들은 "당분간은 사극 못 하겠어요"라는 앓는 소리를 던지곤 한다. 하지만 반년의 '마의' 촬영을 마친 인교진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달랐다.
"당장 다음 작품이 사극이라도 좋죠. 전 내일이라도 촬영이 가능합니다.(웃음) 사실 한 작품이 끝날 때쯤이면 배우들이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가 '다음 작품 결정됐니?'에요. 작품이 없는 시간을 겪어보기도 하고, 무명 시간도 겪고 나니 저를 찾는 한 작품 한 작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인교진은 당분간 대학로 무대에서 연극 '행복 아파트 1004호'와 뮤지컬 '빨래'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교진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누군가 싸이코패스 연기가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강한 악역을 소화하면서 배우 인교진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어릴 적에는 막연하게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거든요."
[배우 인교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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