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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27년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떠난다. 올 시즌 맨유에 20번째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트로피를 선물한 퍼거슨은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힌다. 그만큼 ‘명장’ 퍼거슨이 남긴 발자취는 진하고 강렬했다.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이 맨유고, 맨유가 곧 퍼거슨이다”는 말이 있다. 퍼거슨은 명문 구단 맨유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수년 간 수많은 스타선수들이 맨유를 거쳐 갔지만, 진짜 맨유를 이끈 건 퍼거슨이었다. 베컴의 프리킥과 호날두의 드리블이 사라져도 맨유는 흔들리지 않았다. 퍼거슨의 지휘아래 맨유는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 됐다.
(2) 프리미어리그
퍼거슨 감독은 1992년 새롭게 탄생한 프리미어리그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감독이다. 무려 13번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그 사이 맨유는 라이벌 리버풀을 제치고 가장 많은 리그 우승을 한 클럽이 됐다. 또한 올 해는 가장 먼저 20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 했다.
(3) 에릭 칸토나
1995년 1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서 야유하는 관중을 향해 이단옆차기를 날린 에릭 칸토나는 퍼거슨 감독 최고의 영입 선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다. 퍼거슨과 칸토나는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퍼거슨은 칸토나가 쿵푸킥으로 9개월 출전 징계를 받았을 때도 그를 감싸 안으며 기다렸다. 둘의 믿음이 그만큼 두터웠단 얘기다.
(4) 퍼기의 아이들
퍼거슨과 함께한 유명 선수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그와 함께한 재능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들은 지금까지도 퍼거슨과 함께 맨유를 지키고 있는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다. 둘은 어린 시절 퍼거슨의 부름을 받고 합류해 맨유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밖에도 베컴, 버트, 네빌 등이 퍼거슨의 아이들로 유명하다.
(5)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칸토나가 90년대 퍼거슨이 가장 아낀 선수였다면, 호날두는 2000년대 퍼거슨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퍼거슨은 2003-04시즌을 앞두고 과감히 베컴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다. 그리고 스포르팅 리스본서 18살의 어린 선수를 데려와 그에게 베컴의 7번 유니폼을 줬다. 그가 바로 호날두다. 호날두는 퍼거슨의 지도아래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6) 유럽 챔피언스리그
퍼거슨은 총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3번의 EPL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다. 하지만 그 두 번이 준 짜릿한 감동은 실로 대단했다. 199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푸 누에서 맨유는 바이에른 뮌헨과 결승전을 치렀다. 0-1로 뒤지고 있던 맨유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2골을 터트리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캄푸 누의 기적으로 불리는 당시 경기는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다음은 2007년 첼시와의 결승전이다. 연장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한 맨유는 호날두의 실축으로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존 테리의 어이없는 실축으로 다시금 기회를 잡은 맨유는 판 데 사르가 아넬카의 킥을 잡아내며 극적인 우승을 거뒀다.
(7) 껌
퍼거슨 감독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바로 경기 중 벤치서 열심히 껌을 씹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껌을 씹는 속도도 달랐다. 경기가 잘 풀릴 때 미소와 함께 여유 있게 껌을 씹었다. 반면 경기가 잘 안될 때는 매우 빠르게 껌을 씹었다. 껌 씹는 속도를 보면, 그날 맨유의 경기력을 알 수 있었다.
(8) 잉글랜드 최초의 트래블
맨유는 199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으로는 최초로 3관왕(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빅리그 클럽이 트래블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 많은 대회서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거슨은 기적처럼 3관왕을 이뤘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았다.
(9) 박지성
‘산소탱크’ 박지성은 맨유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선수다. 2005년 퍼거슨의 전화를 받고 PSV아인트호벤서 맨유로 이적한 박지성은, 맨유의 전술적인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수비형 윙어’라는 신조어를 만든 박지성은 2007년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서 우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비록 결승전에는 뛰지 못했지만 박지성은 당시 퍼거슨이 가장 아끼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10) 헤어드라이어
퍼거슨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라커룸 헤어드라이어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졸전을 펼치면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불같이 화를 낸다. 선수들은 이를 두고 뜨거운 바람이 분다며 퍼거슨의 호통을 헤어드라이어에 비유했다. 그 효과는? 퍼거슨이 들어 올린 다수의 우승컵이 증명해준다.
(11) 20번째 EPL 우승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영국에서 그저그런 클럽에 불과했던 맨유는 2013년 잉글랜드서 가장 먼저 20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한 구단이 됐다. 그 중 퍼거슨은 13번의 우승컵을 맨유에 선사했다. 퍼거슨은 2011년 19번째 우승으로 리버풀(18회우승)를 넘어선데 이어 올 시즌 20번째 우승으로 자신의 감독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퍼거슨 감독.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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