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화를 NC의 천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한화가 7~8일 창원 NC전서 연이틀 9회 2사 후 짜릿한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한화는 8승 중 5승을 NC를 상대로 따냈다. NC에만큼은 5전 전승이다. 그것도 모두 선취점을 상대에 내준 뒤 경기 중, 후반 역전극을 일궈냈다. 한화로선 짜릿한 5승이었고, NC로선 뼈 아픈 5패였다. 한화는 다른 팀들에는 모두 상대전적서 열세이지만, 막내구단만큼은 철저하게 잡아내고 있다. 아직 11차례의 맞대결이 남아있다. 한화가 NC 천적으로 군림할 태세다.
▲ NC전 눈빛이 다르다, 집중력이 살아있다
한화의 올 시즌 가장 큰 문제가 한 순간에 떨어지는 집중력이다. 경기 중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치다가도 갑자기 볼넷 1개, 실책 1개가 나오면서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은 탓에 한번 코너에 몰리면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힘 역시 부족하다.
이런 한화도 NC만 만나면 달라진다. 한화는 NC와 5경기서 모두 경기 중, 후반 동점, 역전 점수를 뽑았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집중력을 끌어올린 모습. 7~8일 경기가 좋은 예시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가장 심리적 압박이 크다는 9회 2사에서 동점과 역전을 차례로 만들었다. 7일 경기서는 9회초 1사 후 이민호의 제구 난조 속 연속 볼넷으로 찬스를 잡은 뒤 2사 만루 상황에서 고창성에게 몸에 맞는 볼을 얻어 동점을 만들었고, 정현석이 초구와 이구 볼을 침착하게 고른 뒤 4구째에 좌중간 역전 2타점 결승 2루타를 쳐냈다. 여세를 몰아 이준수의 좌측 2타점 2루타도 나왔다.
8일 경기는 더 극적이었다. 0-4로 뒤졌으나 6회부터 8회까지 1점씩 따라붙어 3-4가 됐다. 9회엔 심지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를 썼다. 최진행과 김태균이 집중력 있는 선구안과 노성호의 제구 불안으로 연속 볼넷을 골랐다. 이후 폭투가 나와 2,3루 역전 찬스를 잡았고 오선진이 좌측 2타점 역전 결승 2루타를 때렸다. 정현석의 좌측 1타점 적시타로 쐐기 점수까지 7일과 똑 닮은 공격이었다. NC 투수들의 난조를 틈타 한화 타자들의 집중력 있는 선구안과 정확한 타격이 돋보였다. 다른 팀과의 대결을 비교해볼 때 기술적 발전보단 승리를 향한 집중력이 빛났다.
▲ 야구는 멘탈게임, 다른 팀과 붙을 때도 NC전처럼…
한 야구인은 “한화가 NC에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있는 것 같다. NC 전력이 약해서 한화가 돋보일 수도 있지만, 한화 선수들 자체가 다른 팀들보다 NC전에 좀 더 집중력 있게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실력 자체는 좀 떨어져도, 경기에 임하는 진지함이 NC전서 좀 더 살아난다는 의미. 개개인의 집중력과 의지가 높아지면 결국 팀의 응집력으로 이어지는 게 야구다.
한화가 NC에 5승을 거뒀다고 해서 NC보다 전력이 월등하게 앞선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한화는 NC에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NC는 5경기 모두 역전패하면서 타격이 크다. NC 역시 한화는 최적의 승수 적립 상대. 그런 상대에도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에 패배의 아픔이 더 클 수 있다. 전력은 엇비슷한데 멘탈 싸움에서 한화가 NC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한화는 NC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 3승 20패 1무다. 한화전 성적을 제외한 NC의 6승 14패 1무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성적이다. 심지어 NC는 SK와 LG엔 상대전적서 앞서있다. 한화는 NC외엔 상대전적서 앞선 상대는 없다. NC가 오히려 한화를 제외한 형님 팀들엔 겁 없이 달려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화도 그럴 필요가 있다. 어차피 하루 아침에 전력이 상승하지 않는 상황에서 물 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야 한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일전에 “1주일에 2승을 하더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 선수들도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타격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었다. 멘탈이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전력이 당장 뒤떨어진다면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김 수석의 생각. 신생구단에 질 수 없다는 NC전 그 모습이 항상 나와야 한다.
▲ 멘탈도 기술이 뒷받침돼야 빛이 난다
기술적 보완 없이 멘탈을 강조해봤자 효과는 없다. 한화 역시 8일 창원 NC전서 결과에 묻혔으나 아쉬운 부분이 몇 차례 있었다. 2-4로 뒤진 8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엔 정현석. 김응용 감독은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정현석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낮은 스트라이크에 번트를 대지 못하고 지켜보다 2스트라이크를 당했고,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다. 베테랑 고동진 역시 8구 접전 끝 삼진. 김응용 감독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김 감독은 마운드는 인해전술로 약점을 커버하려고 한다. 하지만 타선은 결국 내보낸 선수들을 어느 정도 믿을 수밖에 없다. 작전을 매 순간 구사할 수는 없는 노릇. 투수는 기용방법부터 감독의 의중이 투영될 수 있으나 타자들은 투수에 비하면 그렇지 않다. 타자들의 임기응변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한화 타자들이 김 감독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주자 없을 때 잘 치고 주자 없으면 스윙 3번하고 덕아웃에 들어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기술적 보완 없이는 멘탈이 좋아도 전력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다. 물론 한화와 엇비슷한 처지의 NC는 이제까지 보여준 강인한 멘탈으로도 계속 잡을 수도 있다. 한화로선 NC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건 고무적이다. 한편으로 그 단계를 뛰어넘을 준비도 필요하다.
[한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