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게 바로 밸런스의 위력이다.
삼성이 또 다시 조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 30일~5월 2일 넥센과의 홈 3연전을 모두 내준 충격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3일~5일 부산 롯데 3연전을 스윕한 삼성. 4일 휴식기 이후 치른 10일 포항 KIA전서도 완승했다. 4연승으로 선두 넥센에 1경기 뒤진 2위. 팀 순위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4위 KIA도 0.5경기 뒤에 있다.
이날 경기 후 삼성의 팀 지표 중 놀라운 점 하나가 눈에 띈다. 1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이 3.76으로 1위에 올라섰다. 올 시즌 초반 마운드 난조로 4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이 개막 1달이 넘어선 시점에서 약 1점을 낮추며 마침내 선두로 올라선 것. 무슨 의미일까. 삼성은 현재 팀 타율도 0.290으로 부동의 선두다. 시즌 내내 선두. 팀 평균자책점 선두 도약은 투타 조화가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다.
▲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결국 제 모습 찾았다
삼성이 강팀인 이유. 완벽한 투타조화가 가능한 팀이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엔 투타 언밸런스가 심했다. 정현욱, 권오준이 빠진 불펜이 불안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돌아온 안지만과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부진했던 권혁도 구위가 예전같지 않았다. 하지만, 타선이 너무 잘 터졌다. 오승환이 세이브를 따낼 기회조차 만들어주지 않았다. 승수를 쌓고, 선두권에 끼여있는 건 문제가 없었다.
팀 타율은 꾸준히 선두를 지켰으나 팀 평균자책점은 중위권이었다. 근본적으로 팀 전력이 불안하다는 증거. 역시 타선은 업-다운이 있기 마련이다. 선두권을 지키고 있더라도 타선이 막혀버리면 언제든 중위권 추락이 가능했다. 내부적으로는 투타 언밸런스가 극에 달한 시즌 초반. 마운드가 안정감을 찾아야 했다. 시즌 중반 이후 안정적으로 선두권 싸움을 하려면 불펜 안정이 시급했다.
결국 예상했던 그림으로 가고 있다. 삼성 불펜은 최근 눈에 띄게 안정되고 있다. 넥센과의 홈 3연전 마지막 날에 안지만과 오승환이 동시에 무너졌으나 거기까지였다. 권혁과 안지만이 1군 말소된 상황. 심창민이 맹활약 중이다. ‘2군의 임창용’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 15경기서 8홀드 평균자책점 2.81. 심창민이 중심을 잡고 나머지 불펜 투수들이 조금씩 힘을 모은다. 마무리는 역시 오승환. 선발진도 건재하다. 타선의 힘이 떨어지지 않은 가운데 마운드마저 예전 위력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 삼성은 리그에서 투타 밸런스가 가장 좋은 팀이다. 무섭다.
▲ 밸런스의 또 다른 의미, 1~2명 부진해도 표시가 안 난다
보통 야구에서 ‘밸런스’라고 하면 투타 균형, 혹은 조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삼성엔 또 다른 의미의 밸런스가 눈에 띈다. 시즌 초반으로 돌아가보자. 타선이 잘 쳐줬지만, 주전 모두가 잘 쳤던 건 아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다녀온 김상수와 이승엽이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마운드에서도 안지만, 권혁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 김상수가 서서히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5일 부산 롯데전서 4안타를 친 그는 10일 포항 KIA전서도 결승타를 뿜어내면서 감각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1군 엔트리에 있는 모든 선수가 항상 잘 할 순 없다. 잘 나가는 팀이라도 예상보다 좀 더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가 있고, 반대로 예상보다 좀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 문제는 예상보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 슬럼프가 찾아올 때 예상보다 부진했던 선수가 살아 올라와줄 수 있느냐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이 또한 ‘밸런스’라 할 수 있다. 약한 팀의 전형적 특징. 잘하는 선수만 잘하고 부진한 선수는 한 없이 부진하다. 그러다 잘하던 주축 선수가 부진 혹은 부상에 시달리면 그대로 추락한다.
삼성은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 타선에서 박한이와 배영섭이 맹활약했다. 그러나 박한이는 최근 주춤하다. 배영섭도 10일 경기서 무안타로 주춤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수, 조동찬이 살아났고 최형우, 채태인의 컨디션도 좋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이 결국 살아나고 있다. 박한이, 배영섭이 좀 부진해도 팀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마운드에서도 심창민이 안지만과 권혁이 1군에서 구위를 회복할 때까지 버텨주면 이후 설령 좀 부진하더라도 전체적인 투수력에선 안정감이 생길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심창민, 차우찬이 안지만과 권혁이 돌아오기 전까지 잘 해줘야 한다”라고 했고, “승엽이는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최근 하위타선이 잘 해줬는데 중심타선이 결국 쳐줘야 한다”라고 했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역시 또 다른 의미의 밸런스다. 이렇듯 삼성은 투타밸런스에 이어 진화된 의미의 밸런스마저 맞춰가고 있다. 누구 한 명 좀 더 잘 하거나, 누구 한 명 좀 부진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 팀. 진정한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성 선수들(위), 최근 활약이 좋은 김상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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