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동원이 형이 회전수가 많았지.”
투수의 구속은 초속과 종속으로 구분된다. 보통 야구장 전광판과 구단 전력분석원들이 스피드건을 활용해 측정하는 구속은 초속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투수를 평가할 때 초속보다는 종속을 더 높게 쳐주는 경향이 강하다.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났을 때의 속도보단 타자가 타격을 하기 직전, 즉 공이 홈 플레이트에 도달했을 때 속도가 빨라야 타자 입장에서 “볼 끝이 묵직하네”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수의 종속이 빠르기 위해선 공 회전수가 많아야 한다고 한다. 공이 최대한 많이 회전해야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홈 플레이트에 도달할 때까지 위력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삼성 오승환은 현재 국내에서 종속이 가장 빠른 투수 중 한 명이다. 몇 년 전 한 스포츠케이블 채널에서 오승환의 초당 직구 회전수를 측정했다. 약 52회에서 57회. 국내 최정상 급이다.
▲ 류중일 감독이 말하는 故 최동원과 윤성환의 사례
오승환의 볼 끝은 현재 국내 최정상 급이다. 과거엔 어땠을까. 직구 종속 자체의 위력만 따지면 작고한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다. 최동원 전 감독은 150km 내외의 직구 구속을 찍었는데, 실제 타자 입장에선 볼 끝이 대단히 묵직해 도저히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현역 시절 최 전 감독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 류 감독은 “볼이 팽팽팽팽 도는 게 보이더라. 공 회전 수가 정말 많았다”고 했다.
류 감독은 당시 그 느낌을 동료에게 말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한 동료가 류 감독에게 “이미 많이 간 거(줄어든 것)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최 전 감독이 전성기에서 내려가는 시점이었다는 것. 그러나 류 감독의 기억에 따르면 최 전 감독이 선수 말년 삼성에서 류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을 때에도 회전수가 많은 게 보였다고 한다. 유격수였던 류 감독은 최 전 감독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걸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류 감독은 윤성환 얘기를 꺼냈다. 윤성환은 올 시즌 4승 1패 평균자책점 1.70으로 맹활약 중이다. “성환이가 좋은 투수인 이유는 직구와 커브, 그리고 공 회전수”라고 했다. 윤성환은 직구가 구속 자체가 빠른 편이 아니다. 직구는 140km 중반까지 찍는데 선발투수로서 완급조절을 하기 때문에 140km대 초반에서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초속이 140km 초, 중반에서 형성되면 종속은 더 많이 떨어지면서 타자들이 체감하는 위력은 더 떨어진다. 이럴 경우 국내 대부분 타자는 파울 커트를 하면서 실투를 유도해 결국 장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윤성환은 좀처럼 잘 맞은 타구를 많이 맞지 않는다. 짠물 방어율이 설명해준다. 결국 초속보다 종속이 더 위력적이란 투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류 감독은 “수비 코치 시절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 투수수비연습)를 시킬 때 투수들에게 직접 공을 던지라고 한다. 그래야 최대한 실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실제 공을 던지지만, 투수 자신이 갖고 있는 100%의 힘이 아닌 6~70%의 힘으로 던지기 마련. 류 감독은 “뒤에서 지켜보니 성환이가 PFP를 할 때 살살 던졌는데도 공이 엄청나게 팽팽 돌더라. 정확하게 재보지는 않았는데, 성환이의 공 회전수는 상당히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 회전수의 비밀은? 남다른 악력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긴다. 묵직한 볼 끝, 즉 공 회전수가 많은 투수에겐 도대체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류 감독은 “악력이 센 투수가 회전수가 많다”고 했다. 공을 강하게 채면서 던지는 투수가 결국 회전수가 많아서 공 끝이 강하다는 해석. 류 감독은 “성환이는 아마도 악력이 셀 것이다. (오)승환이도 확인은 안 해봤는데 악력이 무지하게 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가지 증언이 더 나왔다. 류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 당시 한용덕 투수코치를 떠올렸다. “병뚜껑을 쉽게 손 끝으로 구부리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했다”고 웃었다. 한 코치 역시 현역 시절 볼 끝이 묵직한 투수였다. 악력과 볼 끝, 공 회전수가 서로 연관관계가 있다는 방증. 류 감독의 얘기를 곁에서 듣고 있던 KBSN 이용철 해설위원은 “(한)희민이 형도 손에 힘이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류 감독은 “나중에 우리 투수들을 불러서 병뚜껑 구부리기를 시켜봐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과연 윤성환과 오승환의 악력은 어느 정도일까. 기량이 뛰어난 투수에겐 그 나름의 비결이 있다.
[윤성환(위),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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