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묘하게 닮았다.
올 시즌 초반 가장 센세이션한 팀은 단연 선두 넥센이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2013시즌의 문을 연 넥센. 초보 감독과 풀타임 경험이 적은 선수로 구성된 팀이 예상 외로 단단하다. 염 감독은 초보같지 않은 확실한 운영철학으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넥센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선두를 달렸으나 결국 후반기 추락했다. 올 시즌엔 다를 것이란 평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넥센의 돌풍 속에서 전통의 강호이자 디펜딩챔피언 삼성이 조용히 치고 올라왔다. 삼성은 최근 6연승을 내달리며 넥센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단독 2위. 삼성 뒤로 두산과 KIA가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가장 전력이 안정된 팀이 넥센과 삼성이라는 평가. 설령 며칠 내로 순위가 1~2계단 내려갈지언정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두 팀을 자세히 살펴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 삼성 특유의 관리, 시스템야구
삼성은 지난해보다 훨씬 빨리 전력을 정비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 몇몇 선수들의 끝없는 부진으로 6월 이후 5할을 넘겼던 삼성. 올 시즌엔 초반에 부진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승엽과 김상수는 현재 타격페이스가 완전히 올라왔다. 박석민 정도가 페이스가 떨어진 상황.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초반엔 선발투수들이 많이 얻어맞았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대량실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경기를 이길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은 지금 투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팀 평균자책점 3.57, 팀 타율 0.291 모두 1위다. 류 감독 특유의 관리야구, 시스템 야구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 후 구위가 예전같지 않은 안지만,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던 권혁을 2군으로 내려 구위 회복을 할 시간을 줬다. 심창민이 부쩍 성장했다. 신용운, 백정현 등도 그럭저럭 빈틈을 메워내고 있다. 예전의 위력엔 2% 부족하지만, 지금 삼성 불펜은 여전히 리그 최강이다. 권혁은 이미 1군에 복귀했고, 안지만도 1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등록 가능하다.
타선도 마찬가지. 최근 손목이 좋지 않은 박한이가 시즌 초반 좋았던 타격감을 잃었다. 류 감독은 2군으로 내렸다. 그래도 별 걱정 없다. 젊은 피 정형식, 우동균이 버티고 있다. 부진한 박석민을 빼더라도 조동찬이 3루를 볼 수 있고 배테랑 신명철이 2루를 볼 수도 있다. 이승엽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채태인을 1루수로 활용해도 된다. 심지어 베테랑 강봉규는 1군에 올라오지도 못했다. 절대 선수를 무리시키지 않아도 되는 구조.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구조. 관리야구의 실체다.
▲ 넥센, 삼성 루틴 야구 흡수하고 있다
염 감독은 4월 중순 삼성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삼성 야구를 “루틴 야구”라고 정의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투수가 나오는지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투수는 거의 매번 위기를 막아낸다. 그림이 그려진다”라고 했다. 당시 염 감독은 “나도 그런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염 감독은 삼성 야구를 흡수하고 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당시 “주전은 마무리캠프에서 다 정했다. 주전, 백업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에 맞게 시즌을 준비하면 된다”라고 했다. 실제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들이 해야 할 매뉴얼을 나눠주기도 했다. 선수들은 그에 맞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선수가 팀으로 뭉쳐 단단함을 뽐낸다. 점점 예상 가능한 그림이 그려지는 야구다.
지난 주말 목동 SK전. 염 감독은 이택근, 서건창 등 일부 주전들을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체력을 안배하고 중요한 상황에 넣어 승기를 잡았다. 대신 백업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해 경기감각과 자신감을 길러줬다. 삼성 야구와 닮았다. 야수들마다 자신들의 역할이 확고하며, 최대한 많은 선수를 기용한다. “주전들을 잠깐 잠깐 빼주면 체력안배에 도움이 된다. 백업 선수들은 경기감각에 도움이 된다”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 중심타자들은 최대한 타순을 흔들지 않는 것도 닮았다.
넥센은 마운드에서도 확실하게 루틴과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넥센의 평균자책점은 4.42로 리그 7위.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6,34로 최하위다. 원인은 질 때 확실히 크게 지고, 이길 때 근소하게 이긴다는 것. 필승조와 추격조를 확실하게 분리했다. 넥센은 승기를 잡으면 마무리 손승락을 축으로 한현희(사이드암), 이정훈(우완), 박성훈(좌완) 등 구색도 다양하고 확실한 카드를 투입한다. 마운드 역할분담이 확실한 삼성과 닮았다. 현재 삼성과 넥센 외에 야수와 투수 파트 모두 주전이 확고하고, 역할 분담이 명확한 팀이 보이지 않는다.
▲ 제대로 붙어보자, 넥센 4승 2패 우위는 시작일뿐
물론 두 팀이 완전히 똑 같은 건 아니다. 두 감독의 선수단 운영 스타일도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류 감독은 주전들에겐 확고하게 믿음을 주고 정해진 루틴을 어지간해선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염 감독은 때로는 세세하게 관리를 한다. 힘의 분배와 일정에 따라 선발로테이션을 조정하기도 한다. 좀 더 확고한 루틴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백업멤버와 주전들의 격차와 선수층에선 삼성이 넥센보다 다소 앞선다. 예를 들어 넥센 평균자책점이 하위권인 건 결국 1군 투수들 사이에서도 실력 격차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은 추격조도 타 팀에 비해 실력이 많이 처지진 않는다. 닮긴 했으나 두 팀은 분명 다르다. 나름대로의 힘과 시스템 속에서 선두와 2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올 시즌 6차례 붙었다. 넥센이 4승 2패로 앞섰다. 넥센이 4월 30일~5월 2일 대구 3연전을 싹쓸이 한 결과. 당시 넥센의 사이클 흐름이 너무 좋았고, 삼성의 그것은 반대였다. 두 팀의 우열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리, 시스템, 루틴 야구. 묘하게 닮은 두 팀의 다음 맞대결은 6월 4~6일 목동에서 열린다.
[삼성-넥센 맞대결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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