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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국내 최초다. 동성커플이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 말이다. 부담과 따가운 시선을 모두 감수하고 김조광수 감독(49)과 그의 동성 파트너 김승환(30)씨는 공개 결혼식을 선택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동성 커플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들어야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김 감독과 김승환씨는 이런 비난을 감수했다. 그리고 공개 결혼을 하겠노라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동안 김 감독의 동성 파트너 김승환씨는 영화 관련 종사자라는 것과 김 감독보다 19살 어린 30살이라는 것만 알려졌다. 그에 대해, 정확히 말해 그의 얼굴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김 감독을 검색하면 '김조광수 애인' '김조광수 동성 파트너' 등의 연관검색어가 뜰 정도.
결혼 발표 기자회견이라는 부담스러운 자리에 김 감독의 동성 파트너는 함께 했다. 김 감독이야 영화 감독 겸 영화 제작자로 알려진 사람이었지만, 김승환씨는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지낼수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길을 택했다.
"솔직히 지금도 부담스러워요. 주변에서 '그러다가 헤어지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걱정을 하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그 순간에 충실하고 싶어요. 감독님께 배운것도 그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이었어요. (결혼을 선택한 것이) 행복한것 같아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행복하니까요."
김승환씨가 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 감독 역시 "물론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것이고 헤어질 일은 없겠지만, 사랑이 끝나 헤어질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행복한 것을 선택했다"고 동조했다.
결혼발표 기자회견 당시 두 사람은 턱시도를 입고 등장했다. 마치 당장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모습은 김 감독이 의도한 것이었다고.
"한편의 영화처럼 하고 싶었어요. 결혼 기자회견은 영화 제작발표회처럼 하고 싶었죠. 나중엔 (결혼) 예고편도 만들고 포스터도 제작할거에요. 한편의 영화를 기대하듯, 우리의 결혼식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흔히 말하는 이성을 만나는 사람들도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기 힘든게 사실이다. 동성애자는 더더욱 그렇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성애자도 힘든 일을 우리는 했다. 우리는 정말 축복 받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해심이 많고 생각이 바른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죠. 단순한 연인 관계이기보다는 삶의 동반자,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나도 좀 더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만나기 시작한지 5년만에 그런 확신이 왔어요. 그때 청혼을 했고, 승환씨가 받아줬죠."(김조광수 감독)
김 감독과 김승환씨는 인터뷰를 통해 결혼 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일명 '동성 결혼식 전국투어'를 할 예정이다. 지방에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동성애자를 돕겠다는 것이 그들이 생각이다.
한편 김 감독과 결혼식을 올리는 동성 파트너 김승환씨는 레인보우팩토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9월 7일 결혼식을 올리며 이날 결혼식은 공연을 비롯해 영화 상영, 전시회, 토크쇼 등의 축제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과 동성 파트너 김승환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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