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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자식같죠.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 할 일이 많아요. 지금도 제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예능을 모두 모니터하고 있어요. 영화도 극장에서 못 봤다면 직접 다운받아 보죠. 시간이 없을 때는 영화 한 편을 3~4번씩 나눠서 보기도 하지만 제자들의 작품은 절대 빼놓지 않아요."
배우 장혁, 전지현, 조인성, 신민아, 송중기, 김선아... 내로라하는 스타들에게도 스승은 있다. 안혁모(44)는 이들의 스승이라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지난 4월 종영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8년의 공백을 무색하게 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뒤에서 묵묵히 그의 연기를 도운 안혁모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100명이 넘는 연기자들을 지도하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작품을 바라봐 온 안혁모를 최근 마이데일리에서 만났다. 현재 싸이더스 HQ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며 연기 아카데미 원장으로 후임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경기도립극단에서 수석 연기 단원으로 1500여 회의 공연을 한 베테랑 연기자였다. 최근 저서 '스타가 빛나는 이유'를 출간하고 스타들을 가르치며 느낀 그들의 꿈과 노력을 세상에 공개한 안혁모. 1997년부터 연기지도를 해왔다는 그는 어떻게 배우에서 스승이 됐을까.
"예전부터 막연하게 선생님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어떤 선생님이 될래?'라고 물어보면 국어 선생님이라고 답했죠. 지금 배우들에게 말하기, 글 해석하기를 가르치고 있으니 저는 꿈을 이루었네요. 연기는 해볼 만큼 해봤어요. 경기도립극단에서 11년동안 3일에 한 번씩 공연을 했고, 대부분이 주인공 역할이었어요. 그러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똑같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연기를 가르치게 됐어요. 지금 제가 가르친 배우들을 보면 기쁘고 보람되요.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일이에요."
안혁모의 첫 제자는 장혁과 전지현이다. 장혁은 최근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에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지현 역시 영화 '도둑들', '베를린'을 통해 연기자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함께한지 17년 됐어요"라고 말한 안혁모는 이들을 진짜 노력파로 말하며 장혁과의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제가 장혁 때문에 하혈을 한 적이 있어요. 보통 연기수업을 하면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6시간을 쉬지 않고 해요. 저는 20여명에 달하는 학생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손짓, 발짓을 통해 수업을 하죠. 끝나면 녹초가 되는데 하루는 장혁이 제 방에 들어와서 5분만 수업하자고 하더라고요. 결국 수업은 새벽까지 이어졌어요. 그런 생활을 2주 했더니 과로로 하혈을 할 정도였어요."
최근 연기력으로 호평 받은 조인성 역시 그와 13년을 함께 한 제자다. 안혁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인성의 연기가 그렇게 호평받을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혁모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조인성에 대한 질문에 "잘했죠"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카데미에서 연기자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좋아하는 드라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1위했어요. 연기자 지망생들이 그 드라마는 항상 본방사수했대요. 그 이유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컸어요. 연기자가 스스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이죠. 항간에는 조인성의 연기에 대해 너무 힘만 준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조인성이 맡은 오수 역은 자연스런 생활연기로는 안돼요. 이건 극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양식화해야 되는 역할이었어요. 된장찌개에 익숙한 사람이 프랑스 요리를 보고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연기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거죠."
"(김소현은) 제 딸과 동갑이라 더 정이 가요. 김소현의 연기는 드라마 '보고싶다'(MBC) 이전과 후로 나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대사 표현이 굉장히 어눌했어요. 인물에 대한 해석을 잘못해서 감성을 표현하지 못했죠. 다각도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김소현이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연기가 정서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현재 출연중인 '출생의 비밀'(SBS)은 물론이고, 곧 방송될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뿌듯해요."
안혁모가 가르친 연기자는 정말 많다. 그 중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도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샤이니의 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안혁모는 자신의 책에서 민호를 연습벌레라고 지칭한다. 최시원은 어디를 가든 안부인사를 건네는 고마운 제자라고 말한다. 예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전 아이돌도 연기해야 된다고 봅니다. 아이돌로 성공하기까지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죠. 인지도만 가지고 바로 작품에 들어간 후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다보니 연습할 시간도 없지만 이들이 아이돌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 100분의 1만 들여도 금방 잘할 수 있어요."
지금 대한민국에는 엔터테인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수십만, 수백만명의 참가자가 몰리고, 한 설문조사 결과 중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연예인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폐해가 많이 알려졌지만 연예인의 유혹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안혁모는 기회를 주라고 말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연기의 꿈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인천에 사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는 결혼 후 꿈을 이루기 위해 왔다고 했어요. 대학가면, 졸업하면, 결혼하면, 아이낳고, 이런 식으로 꿈을 미루다 이제야 찾아왔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 하게 돼 있어요.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 1년 아니 6개월이라도 기회를 주세요. 이게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으면 놓게 돼 있어요. 그 때도 늦지 않죠."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안혁모는 즐기는 것을 집중된 시간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그가 강조한 것은 목적이었다. 내가 그것을 하는 이유가 명확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배우를 가르치는 안혁모의 목적은 '희생'이었다.
"제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회복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처입은 사람이 나를 만나 회복되는 것 그게 지금의 제 꿈이에요. 연기를 가르치는 것, 글을 쓰는 것은 도구이죠. 그 사람들이 나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목적이에요. 저는 연기자로 활동할 때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제 가르침으로 누군가 해냈을 때는 더 기뻤어요."
"주변에 연기에 관련된 사람이 많아요. 연기지도를 하고 있고 기업에 나가서 프레젠테이션, 멘토링, 리더쉽 강의도 하고 있죠. 연기 지망생들과 연기자, 직장인들을 만나보니 목적과 목표의 차이를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들을 만나 물어봅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그럴 때마다 이뤄지지 않는 막연한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많은 매를 맞고, 질타를 받으며 아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바라는 꿈을 위해 이 자리에 있게 된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스타들의 연기스승 안혁모, 장혁-전지현-조인성-김소현(가운데 사진 왼쪽부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DB]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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