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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선수 자격이 없죠.”
동아시아대표팀 최부영 감독. 경희대를 30년 넘게 이끌며 아마농구 최고 명장 소리를 듣는 데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최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 KCC 허재 감독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좀처럼 칭찬을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 칭찬하면 팔불출이라지만, 한국을 동아시아 선수권 3연패로 이끈 선수에게도 호되게 질책했다.
경희대 김종규. 최 감독은 “내가 4년간 데리고 있었는데 오늘처럼 그렇게 빨리 코트를 뛰어다니는 걸 처음 봤다”라고 했다. 그 정도로 김종규는 21일 중국과의 대회 결승전서 모든 걸 토해냈다. 김종규는 이날 13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또 중국 왕저린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가히 김종규의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승 후 공식인터뷰에 김종규가 응하는 건 당연했다.
김종규는 예상대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최 감독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경기 막판 쥐가 나서 교체를 요청한 게 영 못 마땅했던 것이다. 최 감독은 “그 상황은 최대 승부처였다. 그런데 교체를 요구하다니 말이 되나. 선수자격을 상실한 행동이었다”라고 꾸짖었다. 이어 최 감독은 “선수가 1게임 뛰는 몸을 못 만들었다는 건 큰 문제다. 만약 그 타이밍에 분위기를 넘겨주면서 졌으면 그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했나.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라고 했다.
최 감독은 “사실 오버워크를 했다. 신장이 큰 애들이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데 걱정이 됐다. 코트를 날아다니는 게 보이더라”라고 이해를 했다. 하지만, “골밑 슛만 따박 따박 잘 넣어주면 되는 데 전반전에 많이 놓쳤다. 그것만 되면 전반전에 20점 차이가 나는 것이고 김종규 원맨쇼가 되는 것이었다. 그 기회를 놓쳤다. 언제 그런 기회를 다시 잡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종규는 “동아시아 준비하면서 상무 형들과 처음엔 어색했는데 형들이 잘 해줬다. 대표팀 분위기 굉장히 좋았다. 대학 후배들도 잘 따라와줬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라면서도 “마지막에 쥐가 났다. 대학리그서도 쥐가 안 났다. 남아있고 싶어서 했다. 잘 돼가고 있는 분위기 마이너스 교체 사인 냈다”라고 뒤늦은 변명(?)을 했다.
물론 김종규는 결승전서 엄청난 수훈을 세웠다. “이종현과 왕저린이 나이도 같고 대결이 부각됐는데 난 그저 중국을 이기고 싶었다. 중국에 지기 싫어서 누가 막든 같이 잘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왕저린을 의식한 건 아니다. 중국 높이를 잘 막아서 기분이 좋다. 대학리그에선 블록슛을 안 당했는데 경험이 댔다. 탭 아웃을 한 게 잘 됐다”라고 활약을 설명했다. 김종규는 장신자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제 몫을 했다.
최 감독도 김종규의 이런 이걸 모르는 게 아니라 좀 더 잘하라는 채찍질을 한 것. 최 감독은 “원래 종규는 이 정도를 하는 선수다. 프로에 가서도 4번을 볼 것인데 무난하게 적응을 할 것이다. 요즘 KBL 용병들 수준이 떨어진다. 자신이 갖고 있는 탄력을 충분히 활용하면 자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은근슬쩍 제자를 감싸 안았다.
김종규는 이날 중국과의 결승전서 왜 프로농구 관계자들이 “김종규, 김종규”하는지 그대로 보여줬다. 최 감독의 질책. 김종규 정도의 레벨이 되니까 그럴 수 있었다. 대회 우승도 우승이지만, 김종규의 성장을 볼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른 결승전이었다.
[김종규.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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