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이든 누구든 우리 갈 길만 갑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 1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 초보사령탑답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염 감독의 솔직한 속내를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와 넥센의 현 위치. 앞으로의 구상까지. 거기엔 선두를 양분하고 있는 삼성에 대한 생각도 살짝 들어가 있었다.
▲ 삼성 3연전 준비는? 염경엽의 우문현답 “우리의 게임을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달 30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넥센의 전력을 높게 평가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이라는 특유의 솔직한 화법. 염경엽 감독의 반응이 궁금했다. “다음주 삼성전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라고 묻자 염 감독은 “삼성이든 누구든 1경기, 1경기 우리의 게임을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기자의 우문에 현답을 한 것.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연승에 들뜨지 마라고. 반대로 연패해도 흔들리지 마라고 한다. 상대가 삼성이든 누구든 중요한 게 아니다. 넥센의 야구를 하면 된다. 늘 하던대로, 똑같이 흘러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매 경기 결과를 떠나 넥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
염 감독에게 현 상황은 더 큰 목표를 위한 과정일뿐이다. 염 감독은 여전히 마음 속의 최종 목표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다. 이젠 약팀 아우라를 확실하게 벗어 던진 상황. “우승”이란 말을 할 법도 하지만, 설레발을 경계한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금 순위를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나도 순위표 자체를 안 본다. 그저 우리가 +몇 개 인지만 계산하고 더 늘리려고 한다”라고 했다. 넥센 야구 자체를 염 감독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넥센 아직 강팀 아니다,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다
넥센은 5월 15승 7패를 기록했다. 승승장구했다. 단 1차례 제외하고 3연전서 모두 위닝시리즈를 했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서는 5승 5패 보합세다. 특히 6월 첫 2경기서 두산에 연패했다. 확실히 5월 한창 잘 나갈 때의 상승세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넥센 전력이 눈에 띄게 누수가 보이는 건 아니다. 모든 팀의 투타 사이클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염 감독은 잘라 말했다. “넥센은 아직 강팀이 아니라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다.” 염 감독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 염 감독은 “생각하는 야구, 플레이의 디테일함에서 아직 좀 부족하다. 개인의 기록을 챙기기 위한 디테일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디테일함이 중요하다. 그래야 강팀”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외야수가 수비를 할 때 다이빙 캐치를 멋있게 해서 타구를 잡아내는 것보다 미리 움직여서 타구를 편안하게 잡는 게 더 안정적이고 좋은 수비라는 설명. 그만큼 생각하고 움직였다는 의미. 거기엔 외야수가 타자의 컨디션이나 최근 데이터, 투수의 볼배합까지도 예측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속뜻이 내포돼 있다. 염 감독은 “화려한 수비보단 안정감 있는 수비가 중요하다. 다이빙도 해야 할 상황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라고 했다.
투수와 내야수도 마찬가지. 염 감독은 단순히 던지고 받는 게 아니라 안타가 나왔을 때의 베이스 커버 및 백업플레이 등을 잘 해야 진정한 강팀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넥센은 이런 작은 부분의 집중력이 간혹 떨어진다.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넥센 수비가 아직 과거 강호들처럼 초정밀한 수준까진 아니라는 의미다.
▲ 부족한 부분 채워간다, 그것도 이겨야 와 닿는다
염 감독은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경기를 치르면서 채워간다고 했다. 염 감독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루아침에 강팀이 되는 게 아니다.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 시즌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좋은 승리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염 감독 역시 넥센이 이런 행보를 하고 있는 것 자체에 놀랐다. 그리고 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염 감독은 매우 중요한 말을 했다. “이겨야 와 닿는다. 이기면서 수비, 주루가 왜 중요한지, 뒤지고 있어도 불펜 투수가 왜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는 게 중요한지 느낀다. 경기서 지면 이런 부분이 와 닿지 않는다”라고 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세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좋은 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과정의 의미가 퇴색되니 선수들 스스로 과정 자체를 몸으로 기억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넥센의 29승, 선두질주는 큰 의미가 있다.
넥센은 지금 페이스가 한창 좋을 때보다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풀어가는 방법을 또 익혀야 한다. 진정한 강팀으로 가기 위한 과정. 어차피 겪어야 할 단계이기에 염 감독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다만, 4일부터 시작될 삼성과의 주중 홈 3연전은 넥센 야구가 삼성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진화했는지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을 앞둔 염 감독은 차분하다.
[염경엽 감독(위), 넥센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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