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유지태가 자신의 첫 장편 영화 '마이 라띠마'를 일반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영화는 정성"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처럼 한 컷 한 컷을 수공예품을 만들 듯 완성한 작품이다.
감독 유지태에게는 그동안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대학시절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극중 주인공이 어촌마을의 학생에서 이주여성인 마이 라띠마(박지수)로 바뀐 것도 그 변화 중 하나다.
유지태는 "제작기간만 2년이 걸렸다. 꿈을 안고 시놉시스를 쓴지 15년이 됐다. 너무 오래 걸렸다. 지금으로서는 좋은 평가도 감사하지만 안 좋은 평가도 감사하다. 이 쯤 되면 다 감사한 것 같다.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호평 일색이다. 첫 장편 영화임에도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측에서도 그가 배우출신 감독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하니, 오롯이 감독 그 자체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 받은 셈이다.
유지태는 "예산이 워낙 적었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획을 세웠다. 영화제에 먼저 선보여 호평 받고, 해외영화제에서도 평가를 받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유도는 했지만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계산과 희생과 운이 잘 따라줬던 것 같다. 하나하나가 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전략은 들어맞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안은 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급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았음에도 경쟁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한 식구인 CJ CGV 뮤비꼴라쥬 선정작이 되기도 했다.
이런 독특 행보는 스태프를 챙기는 세심한 마음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순 제작비의 3분의 1 이상을 스태프 인건비로 지출하는 대신 기획비 및 감독 인건비를 노개런티로 책정했다. 또 막내급 조수들을 포함한 모든 현장 스태프에게 '마이 라띠마'의 제작사이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유무비의 지분을 나눠줬다. 이번 영화를 선보이며 유지태가 꿈꾸고 있는 마지막 바람 역시 영화가 잘 돼 마지막까지 스태프들의 개런티를 챙겨주는 것이다.
그에겐 스태프 뿐 아니라 자신이 발굴해 낸 샛별 박지수가 배우로서 잘 성장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앞으로 좋은 연기는 물론 여러모로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것.
유지태는 "내가 앞으로 더 잘, 실망이 느껴지지 않도록 살았으면 좋겠다. 이건 박지수 양에게도 적용된다. 여태까지 학생으로 살아왔다면 앞으로 좋은 배우의 모습을 살아줬으면 좋겠다. '마이 라띠마'가 박지수 양의 첫 작품이기도 하고 '누가 발굴해 낸', '누굴 통해 발굴된'처럼 박지수 양의 이름에 내 이름이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험난한 사회에, 치열한 경쟁에 던져졌는데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좋은 감독을 만나 좋은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과거 자신의 경험이 한 몫 했다.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할 당시 '모델 출신 배우'라는 딱지가 붙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보이지 않는 벽과 편견 등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경험은 "신인 배우의 좋은 발판을 마련해 그런 그늘을 만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염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우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그에게는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 대신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유지태는 "지금도 아주 심하게 험담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별로 연연해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편견을 깨면서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깨면서 살 것이다. 다른 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진심이 통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배우 출신이 감독을 한다고 하면 '배우가 뭘 안다고'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 투자에서 밀리기도 한다. 다양성 펀드에 가면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을 우리가 돼 선정해야해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 거기서도 밀린다. '독립영화 하는 사람을 도와줘야지 왜 유지태를 도와줘?'라고 한다. 결국 나의 지인들과 내가 출자를 했다. 내가 아직 검증이 안 됐으니 말이다. 다음에는 '마이 라띠마'가 어느 정도 성공해 투자를 받는데 더 용이한 감독이 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큰 자산을 유용할 수 있는 그런 배우 겸 감독이 되고 싶다"며 조근조근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소신 있는 활동을 예고한 배우 겸 감독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배수빈)과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박지수)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6일 개봉.
[배우 겸 감독 유지태.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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