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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또 짝사랑이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에서 서은기를 짝사랑하던 박준하가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에서 장옥정을 짝사랑하는 동평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묵묵히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보던 ‘착한남자’ 속 준하는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있는 좀 더 여유로운 남자로 변했다. 밝은 에너지를 품고 돌아온 배우 이상엽을 만나 ‘장옥정’ 촬영 현장과 동평군 캐릭터에 대해 들어봤다.
“김태희만 보면 울컥해 눈물이 났어요”
이상엽이 연기하는 동평군은 허허실실 웃고 다니며 속없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저 색이나 밝히는 왕족 같지만 뒤에서는 몰래 이순(유아인)의 조력자로 조선에 무기를 들여오는 등 치밀함을 갖추고 있다. 웃고 있다가도 한 순간 표정이 변하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나 ‘성균관 스캔들’의 구용하(송중기)와 비슷한 캐릭터다.
“원래 동평군은 슬픈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감독님, 작가님과 상의를 하면서 제가 좀 더 밝은 모습으로 갔죠. ‘에잉’ 하는 동평군 대사도 제 애드립이거든요. 너무 어둡게만 가는 것보다는 진지함과 깨방정 사이의 간극을 크게 두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대신 아픔이 나올 때는 진지하게. 그래서 동평군의 마음을 몰라주는 옥정이 때문에 울컥하는 때도 많았죠. 대본에는 운다고 안 나와 있는데도 김태희 씨랑 얘기하다 보면 눈물이 났거든요.”
극 중에서 동평군은 안쓰러울 정도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미 왕의 여자가 돼버린 옥정에게 어떻게 연심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나. 그 답답함이 동평군을 연기하는 이상엽에게도 전이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상엽에게 실제 김태희는 어떨까. 그는 “제 여자로서는 싫을 것 같아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세상이 인정하는 다 가진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모자란 데도 있고 해야 되는데 너무 완벽해서. (웃음) 김태희 씨는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고 거기다 사람들에게도 잘 하는 스타일이에요. 잘 웃고 털털하고 솔직하거든요. 물론 지금 연기력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좋은 배우 같아요. 상대 배우에게 힘을 주거든요. 또 본인 스스로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것 같고.”
이상엽은 김태희 뿐만 아니라 이순 역의 유아인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유아인에 대해 “야생마 같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정형화된 연기를 하기 보단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아인 씨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도 하는 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복성군이 반역을 하려다 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본에는 그냥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고 나와 있었어요. 보통 그러면 피식 웃을 텐데 손으로 입술을 돌리더라고요. 대본에 없는 디테일을 표현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상엽과 유아인은 금세 친해졌다. 자기 생각이 강할 것 같아서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가장 죽이 잘 맞는 콤비라고. “유아인 씨의 트위터 글을 보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유아인이 그런 글을 쓰는 게 신기해요. 밝고 유쾌한 사람인데 그런 생각도 하는 걸 보면. 둘이 매일 양군(이건주) 형을 놀리거든요. 양군 형이 없으면 내금위장을 놀리고. 남을 놀리는 데 죽이 잘 맞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장현 역의 성동일 역시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였다. 성동일은 이상엽에게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존재였다. “세트 촬영할 때 대기실을 같이 썼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예를 들면 ‘너 갖고 싶은 거 많지? 그럼 연기를 잘 해야 돼’ 이러셨는데 정말 와 닿더라고요. 훌륭한 연기자는 관객들이 평가해주는 것이니 저는 그저 돈 잘 버는 연기자가 되면 된다고. 평가는 관객이 하는 거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장옥정’, 애초 기획의도와 많이 달려져 아쉬워요”
좋은 사람들을 얻었지만 ‘장옥정’은 아쉬움 또한 남는 작품이다. ‘장옥정’은 희대의 요부였던 장희빈이라는 인물을 9번째로 다루면서 멜로 라인을 강화할 예정이었지만 시청률 문제로 애초의 악녀 장희빈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멜로에서 활약할 예정이던 이상엽과 재희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 드라마가 애초에 알고 있던 내용에서 많이 벗어났고 원래 기획의도대로 가지도 않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시청자들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지금 드라마가 여태까지 나왔던 장희빈과 숙종, 인현왕후와의 암투를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여덟 번의 장희빈이 모두 악녀였잖아요. 아홉 번째는 새로운 캐릭터라 신선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에게는 그게 거부감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달라진 기획의도 때문에 대본도 많이 수정됐다. 현치수의 경우 앞부분 분량이 대폭 삭제됐고 극 초반에만 등장할 예정이던 명성왕후(김선경)도 장옥정과의 대립 관계를 위해 16회에서야 죽음을 맞이했다.
옥정과 동평군의 이야기도 들어냈다. 이상엽이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동평군과 옥정의 첫 만남. 옥정의 오빠와 자주 놀러 다니던 동평군은 어느 날 오빠를 단속하기 위해 찾아온 옥정과 처음 만난다. 동평군은 예쁘장하게 생긴 옥정에게 말장난을 걸고 그걸 당당하게 받아치는 옥정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동평군에 대해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래서 처음에는 멘붕(멘탈 붕괴)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장옥정’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초반에 동평군이 쌓아놓은 게 있으니까 후반부에 가서는 좀 더 활약하거예요. 앞으로는 동평군이 옥정과 이순 사이에서 반전같은 변화를 겪게 될 예정이거든요. 동평군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배우 이상엽.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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