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삼성은 4일 목동 넥센전서 1-3으로 패배했다. 넥센전 4연패. 상대전적 2승 5패. 올 시즌 삼성이 넥센만 만나면 조금씩 밀리는 느낌이다. 꼭 지난해 두산전을 보는 듯하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 선두 다툼을 했던 두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위기감을 자아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해 가을야구서 맞붙진 않았다. 그러나 넥센은 상황이 다르다. 쉽게 선두를 내놓을 분위기가 아니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탐색전은 끝났다. 넥센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이라고 했다.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통합 3연패 도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의미. 넥센을 누르지 못하면 대업 달성이 쉽지 않다는 속 뜻. 결과적으로 삼성은 아직 넥센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했다. 지금까진 넥센이 오히려 삼성을 자신있게 상대하는 느낌이다. 넥센은 최근 삼성전 4연승을 내달리면서 삼성 야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 넥센 세밀한 야구, 삼성을 위협한다
삼성은 이번 3연전을 내심 복수의 기회로 봤다. 삼성은 4월 30일~5월 2일 대구 3연전 스윕 패배가 몹시 쓰라렸다. 삼성의 올 시즌 유일한 스윕 패배이자 넥센의 선두도약 발판이 된 시리즈였다. 류중일 감독은 4일 경기서 작심하고 초반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1회 선두타자 정형식이 안타로 출루하자 곧바로 박한이에게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걸어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경기 흐름이 넥센에 완벽하게 넘어갔다. 이승엽의 투수 땅볼 때 3루주자 정형식은 물론 뒷 주자 박한이마저 아웃된 것. 이승엽의 타구는 곧바로 투수 브랜든 나이트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이트가 2루를 순간적으로 쳐다보자 정형식이 홈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나이트는 홈으로 공을 뿌렸다. 포수 허도환은 재빨리 정형식을 런다운에 걸리게 했다. 정형식을 3루 부근에서 아웃 처리한 뒤 2루에서 오버런을 한 박한이마저 런다운을 통해 더블 아웃 처리했다.
기본적으로 정형식과 박한이의 주루가 아쉬웠다. 무사라서 더블플레이를 당하더라도 기회가 남아있었던 상황. 3루주자 정형식은 좀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박한이도 정형식이 일찍 아웃된 걸 보고 2루에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재빨리 포착한 포수 허도환과 넥센 내야진의 기민한 움직임이 더 대단했다. 염경엽 감독이 말하는 세밀한 야구가 돋보이는 장면. 넥센은 8회에도 대주자 강명구를 주루사시켰고, 9회엔 우동균의 도루를 저지했다. 경기 도중엔 정밀한 수비 시프트로 삼성 타자들의 안타성 타구를 연이어 범타로 둔갑시켰다.
넥센은 올 시즌 과감한 주루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과감한 주루와 촘촘한 내야수비는 원래 삼성의 특장점이다. 그런 삼성이 이날만큼은 넥센의 세밀한 야구에 판정패했다. 사실 강정호와 박병호에게 맞은 홈런은 두 사람이 잘 친 것이었다. 그러나 주루와 수비에서 밀린 인상을 주면서 패배한 건 삼성으로선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 넥센의 세밀한 야구가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경기였다.
▲ 넥센전 열세 언제 어떻게 반전할까
삼성은 지난해 두산에 크게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시즌 중반 이후 선두독주체제를 갖췄음에도 두산전 열세는 고민이었다. 두산전서는 유난히 흐름을 타지 못하면서 투타의 힘 자체에서 밀린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올해 넥센은 삼성에 투타의 힘에서 앞선다기보다 삼성의 장점인 세밀한 야구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게 미묘한 차이점이다. 염 감독은 “아직 넥센은 디테일함에서 부족하다”라고 하지만, 한 단계 올라선 건 분명하다.
결국 삼성이 넥센전 열세를 뒤집기 위해선 세밀함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여줘야 한다. 4일 경기처럼 주루사 네 차례가 나와선 넥센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넥센은 상대의 실수를 간과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그게 아니라면 투타의 힘 자체로 넥센을 압도해야 한다. 그러나 넥센의 화력과 철저한 마운드 분업을 보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은 올 시즌 지난해보다 약해진 전력 속에서도 특유의 시스템야구가 빛을 발하며 승승장구해왔다. 그런 삼성에 넥센전 열세는 상당히 찝찝한 부분이다. 넥센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페이스, 전문가들의 전망을 보면 쉽게 무너질 팀은 아니다. 가을야구에서 삼성의 통합 3연패 도전에 가장 걸림돌이 될 상대가 넥센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현 시점에서 선두다툼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삼성으로선 어떻게든 넥센전 열세를 만회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시즌도 많이 남았고, 맞대결도 9경기가 남았다. 삼성은 지난해 두산에도 8월 중순 잠실에서 3연전 스윕을 해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그런 저력을 올해 넥센에도 보여줘야 한다. 일단 5~6일 경기서 넥센전 연패부터 끊는 게 시급하다.
[삼성-넥센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