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외화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영화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국영화는 지난달 3년 반만에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 지난 2009년 12월(28.9%) 이후 약 3년 반 만에 30.5%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찍었다. 또 월별 관객수 또한 2011년 6월(417만명)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랬던 한국영화가 단 번에 판세를 뒤집었다. 그동안 '아이언맨3',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애프터 어스' 등과 겨루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몽타주'를 지원사격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등장한 것.
지난달 16일 개봉한 '몽타주'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했다. '전국노래자랑', '고령화 가족', '미나문방구'와 동시기 극장에 걸렸지만 이들 영화가 생각만큼 힘을 발휘해주지 못한 데다, 9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외화 흥행 2위에 오른 '아이언맨3'의 광풍이 역시 너무 컸다.
그 와중에도 '몽타주'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고수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몽타주'는 외화 속 나홀로 싸움을 벌였고, 6일 기준 지난 3월 '신세계'가 2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3달 만에 한국영화의 200만 관객 돌파소식을 전했다.
'몽타주'가 조용하고 은근하게 외화를 위협했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한 번에 판세를 뒤집었다. 개봉일인 지난 5일 49만 8284명을 끌어 모으며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단기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물론 6일 현충일 특수를 누리긴 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폭발적 흥행세다. 또 8일 자정이 넘자마자 72시간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흥행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를 품은 달'로 단숨에 톱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의 첫 스크린 주연작에 박기웅, 이현우가 합세했다. 또 원작이 된 동명의 웹툰 또한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화 했을 경우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힘들지만 그만큼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사실. 하지만 흥행 청신호는 예매율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이틀 전 예매율 80%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최대 예매율을 기록, 개봉 전 예매관객수 16만을 넘기며 또 한 번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세웠다. 개봉 하루 전 그리고 개봉 첫날의 경우 각각 예매관객수 29만명과 34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와 외화를 합쳐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막 개봉했지만 영화를 본 팬들과 일반관객, 관계자들의 평이 갈리는 만큼 얼마만큼의 입소문을 타 흥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 외화의 공습은 이어지는데 이들과 맞설 만한 몸집이 큰 한국영화가 7월이나 돼야 등장한다는 점도 변수다. 슈퍼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 '맨 오브 스틸', 브래드 피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치열한 판권다툼 끝에 영화화를 결정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월드워Z'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이달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는 300만만 들어도 대박이라 볼 수 있는 공포영화가 대다수다. 실제 한국 공포영화 역대 흥행 1위는 314만명을 동원한 '장화, 홍련'이다.
한 때 한국영화는 신 르네상스기라 불리며 호황을 누렸다. 지난 2월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82.9%까치 치고 올라가며 2006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3개월 만에 반 이상 뚝 떨어진 이런 상황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한국영화가 역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몽타주' 포스터. 사진 = 쇼박스,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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