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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KBS 2TV '인간의 조건'.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특히 '인간의 조건'은 이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의 초창기 프로그램으로 개그맨 6명이 미션을 받고 시청자를 대신해 일주일간 체험하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달하는데 목적을 둔다. 일주일간 이들이 겪는 체험기가 어떻게 시청자에게 사랑받게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연스러움, 공감, 그리고 의외성에 있다.
첫 번째 키워드, 자연스러움
'인간의 조건'에는 대본이 없다. 일주일 동안 생활할 숙소에 6명을 모아놓고 미션을 주고 24시간 그들을 따라다닐 카메라와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 그 뿐이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처럼 게임을 제안하거나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저 멤버들이 일주일동안 주어진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특별한 게임을 주지 않아도 세세한 조건을 주지 않아도 24시간 붙어다니는 카메라는 어느새 이들 의식밖으로 밀려나고 어느새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첫 미션을 받고 일주일동안 숙소에서 지내게 된 개그맨 6명. 늘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실제 그들의 관계는 서먹했다. 특히 절친 박성호와 김준호는 미묘한 갈등을 빚은 상태. 카메라 앞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했고 제작진은 어떤 포장도 없이 그대로 방송했다.
두 번째 키워드, 공감
'인간의 조건'은 시청자를 대신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일깨워 주는 프로그램이다. 휴대전화, 인터넷, 쓰레기, 차 없이 살기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하나씩 빼봄으로써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특히 '쓰레기 없이 살기'는 쓰레기 줄이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실천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시청자들에게 이들의 체험을 통해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텀블러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김준호, 무의식적으로 종이컵과 화장지를 쓰는 김준현, 이들은 나였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었다. 체험 일주일 동안 이들은 공병으로 유리공예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줄 수 있는 유용한 동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차를 타고 다니느라 놓치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 전자기기 없는 삶을 통해 잊고 있던 느림의 미학, 진짜 친구 찾기 미션 당시 내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세 번째 키워드, 의외성
24시간 붙어다니는 카메라는 자연스러움과 함께 돌발생황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촌놈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양상국은 '인간의 조건'을 통해 세심하게 멤버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양엄마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도도한 정여사 정태호는 멤버들을 위해 스스로 요리와 설거지를 담당하며 가정적인 남자의 이미지가 생겼다.
늘 웃을 것만 같았던 개그맨들의 속 이야기, 연예인으로 살기 때문에 겪는 고충들 역시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준 의외의 이야기였다.
'인간의 조건'의 3가지 조건처럼 군대, 부자(父子), 나홀로족 이야기를 통한 공감과 샘 해밍턴, 윤후같은 의외의 인물이 탄생하는 것 등은 리얼 예능버라이어티에서 한단계 진화된 24시간 관찰 카메라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간의 조건'. 사진 = KBS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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