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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솔로 가수 이기찬이 5년만에 빅밴드 사운드에 재즈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12곡의 노래를 담은 정규 11집 ‘투웰브 힛츠(Twelve Hits)’로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싱글 앨범을 내긴 했지만 12곡 꽉 꽉 채운 정규 앨범, 그것도 다소 덜 대중적일 수 있는 재즈풍의 리메이크곡들로 돌아온 것은 조금 의외의 선택이다.
이기찬은 최근 여의도에서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오랜만에 컴백하는 만큼 대중성과 음악성 모두를 고려한 숙고 끝에 선택한 결정이었음을 밝히며, 신보에 대한 소개와 함께 어느덧 데뷔 17년을 맞은 국내 대표 남자 솔로 가수로 느낀 지금의 가요계와 30대 이기찬의 음악과 삶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었다.
5년만의 컴백..
지난해 가을 싱글 앨범을 낸 적은 있지만 군대 공백기도 있었고 워낙 오랜만에 컴백이라 12곡을 꽉 꽉 채워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공백을 깨기 좀 더 쉬울 것 같아서 전체 수록곡은 리메이크 곡으로 했다. 노래는 빅밴드의 재즈 풍으로 편곡했을 때 가장 어울릴만한 곡들로 선택했다. OST 작업 등을 함께했던 작곡가 박성일과 공동 프로듀서를 맡아 선곡과 편곡, 레코딩 과정 전부를 직접 했다. 타이틀 곡을 포함해 두 곡 정도는 제가 그간 많이 불렀던 발라드 느낌이고 나머지는 다 재즈 스타일이다.
덜 대중적인 ‘재즈’를 택한 이유..
누구나 다 노래방에 가서 재즈를 부르는 건 아니니까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흑인 음악을 좋아했고 그 기본이 되는 게 재즈여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오랜만에 내는 거고 리메이크로 가는 데 확신한 콘셉트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재즈를 택하게 됐다. 기존에는 대중의 기호에 맞췄다면 이번엔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셈이다. 이에 녹음도 체코,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 진행했고 국내에서 하기 힘든 사운드들을 가져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타이틀은 ‘그댄 행복에 살텐데’..
이기찬 하면 떠오르는 ‘플리즈’, ‘감기’,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와 비슷한, 가장 대중성에 근접한 곡으로 리즈의 ‘그댄 행복에 살텐데’를 택했다. 차별화를 둔다고 너무 다르게 가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고 여성의 노래를 남성이 리메이크 하면 소리 자체도 다르고 느낌이 색다를 것 같았다. 또 다른 노래들에 비해 이 곡은 왠지 숨겨진 곡 같은 느낌이었다. 원곡은 색깔 자체가 웅장한 느낌이었다면 저는 스탠다드하고 담백하게 풀었다.
타이틀 외 추천곡은..
터보의 노래로 익숙한 ‘검은 고양이 네로’를 새롭게 편곡했다. 90년대 댄스 사운드는 지금의 빅뱅, 2PM 음악의 사운드에 비해 촌스럽지만 180도 바뀐 재즈풍으로 또 다른 느낌을 줬다. 보통 재즈하면 끈적하고 느린 이미지가 있는 데 브라스 밴드랑 같이 하는 빠른 템포의 재즈도 있다. 흥겨운데 기계 사운드가 아닌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로 분명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앨범에서 이기찬은 김건모의 ‘첫인상’,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심수봉의 ‘그땐 그 사람’ 등 가요 10곡과 브루노 마스의 ‘저스트 더 웨이 유 아’ 등 팝 2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실었다.
음악방송 출연 감회는..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예전에 비해 여러 가지로 바뀐 것도 있고 워낙 팀들이 많아져서 생소하기도 했다. 노래할 무대는 점점 없어지는데 팀은 반대로 많아지니까 노래하는 가수 입장에서는 여유롭지 못한 것 같다. 순위프로 자체가 20대 중반부터는 잘 안 보게 된 것도 아쉽다.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 만든 음악에 공감을 가질 연령대는 정작 20~40대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그들은 앨범 하나 냈을 때 음악방송 출연 하나가 정말 대단한 스케줄일 건데 빠듯하게 해야 되고 많은 그룹들 틈에서 경쟁도 심할 테니까.
순위제 부활한 음악방송에 대한 견해..
케이블TV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음악 프로그램이 되게 많았다. 순위 프로 외에 KBS 2TV ‘스케치북’ 포맷의 프로그램들도 많았는데 많이 사라져서 아쉽다. 순위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도 솔직히 크게 관심이 없다. 지금은 더더욱 순위에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연스레 음악이나 공연, 문화 예술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더욱 관심이 없어진 듯 하다.
과거 한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던 시대에는 관심있게 지켜보는 눈들이 많았고 누구나 인정하는 가수가 1위를 했고 어느 방송사나 비슷하게 무시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지금은 각 프로그램마다 되게 주관적이게 바뀐 것 같다. 음원차트도 마찬가지다. 객관성이 없어진 느낌이어서 그래서 관심이 없다. 물론 제 음반과 상관없는 유통 회사, 투자를 하지 않은 음원 사이트에서 순위가 올라간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이효리, 신화 등 79클럽과는..
79클럽이나 우리에 앞서 76용띠클럽이나 똑같다. 같은 시기에 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는 항상 자주 만나곤 했었는데 서로 활동 시기도 달라지고 자연스레 사적으로는 점점 뜸해지게 되더라. 연예인 외 각자의 삶도 있는 거고.. 이번에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오랜만에 이효리, 신화 멤버들을 만난 것은 물론 반가웠다. 한창 활동했던 시기에 함께 했던 동료들이 있어 부담이 덜 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
곧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불후’는 다른 가수들과 경쟁이 분명 부담스런 무대이지만 음악적으로 집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여서 출연에 응하게 됐다. 또 리메이크 앨범으로 컴백한 만큼 편곡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MBC ‘나는 가수다’와는 달리 예능적인 면도 강조된 프로다 보니 토크도 많이 하다가 노래도 잘 준비해야 돼서 걱정은 된다. 단, 1등에 대한 큰 압박은 없다. 좀 더 즐기고 싶다.
투개월, 악동뮤지션 후배들..
요즘 굳이 눈여겨 봤다면 이 친구들이 눈에 띄더라. 놀면서 하는 것 같은데 되게 잘한다. 음악적 발상도 참 좋은 후배들이다.
일본 활동 계획..
지난 2005년부터 틈틈이 일본에서 활동을 해왔다. 이번 앨범도 일본에서 그대로 발매된다. 일본어를 예전부터 공부해서 기본적인 대화 정도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일본 내 큰 회사들과도 여러 계약들을 진행 중이고 국내 활동을 마무리하는 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해보고 싶다.
이번 컴백에 가장 큰 목표..
가수 이기찬이 다시 활동재기를 했다는 것을 많이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음악방송 외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스케줄도 많이 잡았다. 제가 오랫동안 이쪽 생활을 하면서 다소 내성적이던 성격이 외향적으로 나아지긴 했지만 활동 기간에 비해선 친하지 않으면 낯가림도 있고 연예인 친구들도 많지 않다.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걸 즐기는 타입도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
결혼 계획..
형제 중 막내고 스무살 때부터 홀로서기를 해서 결혼 등에 대한 얘기는 못하게 하고 있다. 하하. 지금은 음악적으로 더 전념하고 싶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점점 더 어려지는 비결..
고 2때 데뷔해 그때는 노안 소리를 들었다. 그냥 남들처럼 피부과도 다니고 운동을 좋아해 헬스 등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제가 나이가 들어서 좋다. 30대라 좋고 경제적인 여유라기 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급함이 없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제 음악에서도 그런 여유를 표현해내고 싶다.
[이기찬.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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