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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이번 벤치 클리어링에서는 흥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을 펼쳤다.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의 경기에서는 두 차례 벤치 클리어링 끝에 다저스가 5-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3연패에서 벗어났다. 28승 36패로 여전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
다저스가 0-2로 뒤진 6회말 공격. 선두타자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아웃된 가운데 야시엘 푸이그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1-2에서 애리조나 선발 이안 케네디의 4구째 92마일(약 148km)짜리 속구가 푸이그의 얼굴쪽을 향했다.
데뷔하자마자 내셔널리그 이 주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다저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푸이그이기에 다저스로서는 그야말로 깜짝 놀란 상황이었다. 다저스는 다음타자로 나선 안드레 이디어가 동점 투런 홈런을 날리며 앞의 상황을 되갚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다음 이닝에 기다리고 있었다. 다저스는 선발로 나선 잭 그레인키가 앞선 푸이그 상황에 대한 보복으로 상대 포수 미겔 몬테로의 타석 때 등에 몸에 맞는 볼을 맞혔다. 이 때 첫 번째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그레인키가 들어서자 케네디가 얼굴쪽으로 빈볼을 던졌다. 다행히 얼굴 대신 어깨 부분에 맞혔지만 더욱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이 펼쳐졌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싸움' 그 자체였다. 돈 매팅리 감독도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끈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물론 흥분한 상태로 상대팀과 격렬하게 논쟁과 몸 싸움을 벌인 마크 맥과이어 다저스 타격코치도 있지만 애리조나 3루 코치인 매트 윌리엄스도 한국 팬들에게는 관심이 가기에 충분했다.
윌리엄스는 애리조나가 창단한 1998년부터 자신이 선수 은퇴한 2003년까지 애리조나에서 6시즌간 활약했다. 전성기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신생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을 이어갔다.
애리조나 입단 2년차인 1999년에는 타율 .303 35홈런 142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전 출장과 함께 내셔널리그 MVP 투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 통산 1866경기 타율 .268 378홈런 1218타점.
특히 1998년부터 2001년까지는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박찬호와 많이 마주쳤다. 다저스와 애리조나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있기 때문.
워낙 많이 맞붙다보니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9년 4월 7일. 박찬호는 1999시즌 첫 등판이 4월 7일 애리조나전으로 정해졌다. 애리조나 4번 타자로는 어김없이 윌리엄스가 들어섰다.
박찬호는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윌리엄스의 등 뒤로 이른바 '브러시 백'을 던졌고 윌리엄스는 불 같이 화를 냈다. 다행히 큰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 성격' 하는 윌리엄스를 잘 알려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날 벤치 클리어링에서는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 감독까지 모두 흥분했지만 윌리엄스만은 다저스 선수단과 애리조나 선수단 사이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
맥과이어 코치를 말리다가 옷이 잡아 당겨지며 윌리엄스 코치도 잠시 맥과이어 코치의 옷을 잡아 당겼지만 더 이상의 흥분은 없었다.
맥과이어 코치는 이날도 열혈남아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윌리엄스 코치에게선 예전 박찬호에게 흥분했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애리조나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가까운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선수 시절 매트 윌리엄스 코치(첫 번째 사진), 흥분한 돈 매팅리 감독을 말리는 모습(두 번째 사진 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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