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강 싸움엔 이미 틀이 깨졌다.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살펴보자. SK는 개근했다. 삼성과 두산이 2009년과 2011년 한 차례 빠졌다. 롯데도 2008년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삼성, 두산, 롯데가 빠졌을 땐 KIA가 빈 틈을 파고 들었다. LG, 넥센, 한화는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멀어진 지 오래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한화는 2007년 이후 한번도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넥센은 2008년 창단 이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4강 구도. 최근 몇년간 뻔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우승팀이 나오는 과정 자체엔 희노애락이 있었다. 스토리도 풍부했다. 그러나 긴 대장정의 정규시즌서 긴장감이 2% 부족했다. 사실상 A클래스와 B클래스로 갈리면서 시즌 중반 이후 순위 싸움이 싱거웠다. 포스트시즌 DNA를 확실하게 갖고 있는 삼성, SK, 두산을 다른 팀들이 결국 승부처에서 넘어서지 못했다.
▲ 새로운 주인공들의 스포트라이트, 프로야구를 살 찌운다
2013년. 4강 싸움에 틀이 깨졌다. 13일 현재 넥센이 2위, LG가 3위를 달리고 있다. 왕년의 강호 두산과 SK는 6, 7위로 처졌다. 뭔가 어색한 순위표다. 수년간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좌절했던 넥센과 LG가 올 시즌엔 제법 잘 버틴다. 최근 야구 관계자들은 넥센이 올 시즌 4강은 확실하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벌써 2달 넘게 1~2위를 지키고 있다. 힘을 인정받았다.
LG에 대한 시선은 아직 신중하다. 그래도 예년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이미 한 차례 내리막을 탔다가 다시 반전에 성공하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예전엔 초반 반짝한 뒤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그걸 10년 가까이 반복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물론 넥센은 지난해에도 전반기를 3위로 마친 뒤 후반기에 무너졌고, LG 역시 지난 10년간 팬들을 실망시켰다. 아직 4강 싸움 자체가 완전히 틀이 깨졌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야구계로선 견고하고 지루한 기존 4강 벽에 균열이 갈 조짐이 보이는 것 자체로 반갑다. 넥센과 LG의 선전은 곧 새로운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간다는 걸 의미한다. 2위 넥센엔 염경엽 감독이 단연 눈길을 모은다. 감독 첫해를 맞아 넥센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령탑 초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치밀하게 시즌을 운용한다. LG엔 삼성에서 이적한 정현욱,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김용의, 문선재 등이 단연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새로운 팀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 단연 프로야구를 살 찌우는 요소다. 지금 넥센과 LG가 프로야구에 불어일으키고 있는 바람은 신선하다.
▲ 빡빡한 순위싸움, 이젠 숨 돌릴 틈 없다
결정적인 변화. 순위싸움 자체가 더욱 빡빡해졌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시즌 중반 들어 넥센, LG, 한화가 알아서 힘이 떨어졌다. 기존 강호들은 자신들의 힘을 적절히 응축하면서 전략적인 레이스를 펼쳐도 충분히 4강에 진입했다. 예를 들어 예전엔 선발투수 매치업이 불리하거나 투타 사이클이 좋지 않을 경우 3연전서 1승 2패 전략으로 나서도 괜찮았다. 넥센, LG, 한화에 총력전을 펼쳐 2승 이상을 따내면 됐기 때문이다.
이젠 숨을 돌릴 틈이 없다. 6~7위로 처진 두산과 SK는 예년에 비해 전력이 많이 떨어졌으나 아직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두산과 SK는 5위 KIA에 2.5, 3.5경기 처져있을 뿐이다. 충분히 4강 구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있다. 전력을 추스를 시간도 있다. 여전히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사실상 전력이 처지는 한화 정도를 제외하면 쉽게 승수를 쌓는다는 보장이 있는 팀은 없다. 신생팀 NC도 5월 이후엔 만만찮은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예년보다 승수 쌓기와 순위 싸움 자체가 더 빡빡해진 느낌이다. 순위 싸움은 장마와 폭염 변수에 더욱 요동칠 전망. 팬들은 이래저래 더욱 즐겁게 됐다. 5월 이후엔 관중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순위 싸움 틀이 깨지면서 생긴 바람직한 변화다.
▲ 바꿔 또 바꿔, 또 다른 틀도 깨보자
순위표에서 살펴볼 수 있는 깨진 틀. 가장 쉽게 보이는 변화다. 야구계와 야구인들 사이에선 이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틀이 깨져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야구인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사고방식 중 좋지 않은 게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올 시즌에도 딱딱한 펜스에 부딪혀 많은 선수가 부상을 입었다. 허슬 플레이를 하라고 말하기도 미안하다는 NC 김경문 감독의 말은 한국야구 인프라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단들이 지자체에 좀 더 어필을 해야 하고 지자체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좋지 않은 틀이 깨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 FA 제도 등 선수 계약제도의 맹점 보완, 10구단 진입 시 포스트시즌 진행 방식에 대한 개선 가능성 논의, 학생야구 발전 및 지원 방안 등도 과감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순위싸움에서 깨진 틀만큼 붕괴가 시급한 틀이다.
한국야구에 위기론이 대두한 것도 하루 이틀 전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야구에 필요한 건 센세이션이다. 센세이션의 시작은 변화다. 변화는 기존에 갖고 있던 틀을 깨야 가능하다. 순위싸움에서 깨지기 시작한 틀. 팬들이 즐거워한다. 한국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게 크다. 이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가장 작은 변화인지도 모른다.
[잠실구장(위), 목동구장(가운데), 문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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