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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나를 보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새 지평을 연 '개척자' 박찬호는 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을까. 박찬호는 18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은퇴 후 근황과 야구 인생에 대한 소회를 드러냈다.
'위대한 개척자' 박찬호는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쓰디 쓴 실패를 맛보고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성장했다. 19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거듭난 그는 1997년 14승을 거두며 비로서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엔 개인 최다인 18승을 마크하며 승승장구했다.
박찬호의 성공으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노크할 수 있었다.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최희섭, 추신수 등 후배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 그런데 박찬호는 "미안하다"고 했다. 왜일까.
사실 '박찬호 신드롬'을 타고 진출한 선수들 중 박찬호 만큼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나 이후에 진출한 선수들은 박찬호의 강속구만 바라봤다. 아마추어 무대의 빠른 볼 위주의 투수들이 많이 갔다"는 게 박찬호의 말이다.
박찬호는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해보니까 장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빠른 볼보다는 컨트롤이 투수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걸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정작 나는 빠른 볼 위주의 투수였다. 류현진 같은 정확한 컨트롤이 있는 공을 던졌다면 내 이후로 간 선수들은 더 많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교한 컨트롤을 무기로 삼는 류현진이 성공하고 롱런한다면 향후 진출하는 선수들도 성공 가도를 달릴 것임을 전망했다. "예전엔 박찬호 야구만 보는 후배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현진이를 보면서 컨트롤이 정확하고 잘 때리는 선수들이 진출할 것"이라는 박찬호는 "류현진처럼 정확한 컨트롤을 연습해야 한다는 걸 배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호는 "운동 선수로서 '루틴'이 있었는데 그것이 깨졌을 때 충격적이었다"면서 "최근에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 투수와 마인드컨트롤하는 것이 똑같다"고 근황을 전하는 한편 "은퇴를 생각할 때 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나니까 세상이 더 크게 보였다"며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 만족감을 보이기도 했다.
[前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18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박찬호 자전에세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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