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한다. 그러나 변화가 감지된다.
25일 현재 17승 43패 1무. 승률 0.283. 2013년 한화. 이대로라면 2002년 롯데(0.265) 이후 11년만에 2할대 승률 팀 탄생이 우려된다.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승률 2할대 이하 팀은 1982년 삼미(0.188), 1986년 빙그레(0.290), 1999년 쌍방울(0.224), 2002년 롯데(0.265)까지 단 4팀. 한화가 0.283으로 시즌을 마칠 경우 역대 네 번째 낮은 승률 팀으로 기록된다.
4위 KIA와의 게임 차는 17경기. 시즌이 반환점에 도달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쉽지 않은 분위기다. 2약을 형성했던 NC도 어느덧 한화에 6게임 앞서나갔다. 탈꼴찌도 쉽지 않은 형국. 최근 한화 선수단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거스를 수도, 거슬러서도 안 될 한화의 숙명. 리빌딩이다.
▲ 한화에 찾아온 딜레마, 리빌딩이냐 성적이냐
한화로선 2008년 이후 매년 직면하는 리빌딩 딜레마다. 2007년 이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한화. 2009년, 2010년, 2012년에 최하위, 2011년엔 6위를 차지했다. 2008년을 제외하곤 매년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진 뒤 반등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이럴 때 리빌딩 필요성이 제기되기 마련이다.
리빌딩이란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과거 성적이 좋았을 때 리빌딩 시기를 놓친 한화로선 지는 경기를 많이 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선수를 자꾸 키워내는 게 쉽지 않다. 이기는 경기 속에서 선수가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9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국내야구 단일리그 특성상 아예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에만 전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알고 보면 김응용 감독은 젊은 선수 키워내기에 일가견이 있다. 과거 해태 감독 시절 이종범, 장성호, 홍현우, 정성훈, 삼성 감독 시절 조동찬. 모두 김 감독이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뚝심있게 기용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올 시즌에도 초반 고졸 신인포수 한승택, 내야수 조정원, 투수 임기영 등을 기용했다. 그러나 팀의 뼈대가 약하다. 성적이 부진하자 결국 기존 고참 주력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 1군 엔트리, 투수진 보직 조정… 젊은선수 중용 분위기
한화는 최근 저연차 선수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조지훈이 최근 1군 콜업됐다. 조지훈은 지난 21일과 23일 잠실 두산전서 연이어 등판했다. 고졸 2년차 포수 엄태용도 1군에 올라왔다가 말소됐다. 4년차 이태양의 중용도 돋보인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2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태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야구밖에 모른다. 140km이던 스피드가 145km로 늘어났다.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선발진에 넣어도 될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김 수석은 “외국인 선수 2명에 김혁민, 이태양으로 선발진을 꾸리면 안승민, 김광수, 윤근영, 송창식으로 불펜을 꾸리면 될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23일 잠실 두산전서 선발 등판했다가 어깨 염좌 증세를 보인 안승민이 1군에서 말소됐다. 유창식 역시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걸 감안하면 마운드 운용에 영향을 미칠만한 악재.
한화는 어떻게든 마운드 운용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 투수들의 중용이 전망된다. 김 수석은 “젊은 투수들이 부족한 점이 많다. 기량이 올라올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이다. 프로라면 이겨야 되지만, 젊은 투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 투수들이 배포를 키웠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수비훈련 강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한화는 최근 수비훈련을 강화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원정 3연전서 훈련시간 대부분을 수비에 할애했다. 보통 원정경기서는 홈 팀의 훈련이 끝난 후 훈련에 들어간다. 때문에 훈련 시작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홈팀에 비해 훈련의 여유를 갖기 어렵다. 그러나 김 수석은 “원정 경기서도 수비훈련을 많이 하기 위해 특타를 하고 왔다”라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수비가 불안해서”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한화 성적을 갉아먹는 중대한 요인으로 지적된 부분. 김 수석도 “번트수비 움직임, 중계, 백업 플레이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수비가 약하다”라고 진단했다. 더운 날씨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졌지만, 김 감독은 팀의 체질개선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 김 감독이 아직 드러내놓고 리빌딩을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화가 처한 현실을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한화 수비훈련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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