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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수지가 울었다. 5월 20일 MBC 드라마 '구가의 서' 기자간담회. 울컥하는 목소리와 주르륵 흐르는 '국민 첫사랑'의 눈물에 옆에 앉아있던 이승기도, 수지의 말을 받아 적고 있던 기자들도 손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수지는 "왜 운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었다. 밝은 살구빛 원피스를 입고 있던 수지. 한 달쯤 뒤에 다시 만난 수지는 하얀 원피스 차림이었고, 그때보다 머리 색은 좀 더 밝아져 있었다. 왜 울었던 거였는지 또 물어봤더니 "정말 창피해요" 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휴,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거예요."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온 세상이 반응하는 관심은 이제 스무 살이 된 소녀에게 마음 들뜨는 일이면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게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국민 첫사랑'이라니. "그런 타이틀을 언제 또 가져보겠어요. 정말 감사하고 좋죠"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수지였다.
"그래도 부담감은 있어요. '국민 첫사랑'이란 말을 듣는 만큼 처신도 잘해야 하고요. 영화 속 이미지 때문에 생긴 건데 뭔가 조심해야 하고 실망시켜드리면 안 될 것 같거든요."
'구가의 서' 촬영장에 대해 말하던 수지가 바쁜 스케줄에 지치지 않고 어떻게 버틸 수 있냐는 물음에 들려준 얘기였다.
"제가 진짜 밝아져야지만 그런 힘이 생겨요. 조금이라도 처져 있으면 계속 처지는 것만 같고, 억지로라도 밝아야 그 하루가 정말 밝거든요. 이런 것도 있어요. 어딜 가나 나이가 어리고 막내이기 때문에, 원래 애교도 없고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촬영장에만 가면 심각하게 밝을 정도이거든요. 스태프들도 힘들어 하는데 저라도 더 밝게, 목소리 톤도 높여서 인사하게 돼요."
마주한 수지의 미소는 '티 없이 맑다'란 말 그대로였다. 어쿠스틱듀오 레이디스는 수지를 위해 만든 노래 '오 수지'에 이런 가사를 넣었다. '화면 가득히 순진한 너의 미소가 나의 숨을 멎게 해. 내 심장을 뛰게 해. 오 수지'
"힘들 때요? 사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쌓이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제 입으로 말하기는 싫거든요. 투정 부리는 게 싫어서…. 어차피 제 주위에는 다들 힘들잖아요. 스태프들이 옆에서 땀 흘리고 있는데 제가 그럴 순 없는 거니까요. 오히려 그런 걸 보면서 힘내요. 스태프들 보면서 힘 내고 마음을 다잡고 그러죠. 제가 너무 힘들어도 주위를 돌아보면 옆에선 더 힘든 분들이 뙤약볕 아래 오랫동안 서 있으니까 뭔가 '그래 나는 뭐…' 이렇게 돼요."
스무 살, 가장 찬란할 때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티를 벗고 제약에서 벗어나 처음 마주하는 모든 세상이 왠지 새롭기만 하고 호기심으로 넘쳐 흐를 때. '자유'란 말에 한껏 취해도 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에도 또래 소녀들과 팔짱 끼고 거닐며 까르르댈 수 있는 나이. 그리고 '국민 첫사랑'으로 살아가야 하는 수지는 어느 정도 놓칠 수밖에 없는 순간들.
"저도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아요" 하던 수지는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별 얘기 아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얘기하고, 또 차 안에서 귀가 터지도록 노래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라고 했다.
'하루의 휴가가 주어지면 무얼 하겠냐'는 질문에 "하루요?" 하고 되물었고, '하루'를 빼고 '휴가가 주어지면 무얼 하겠냐'고 다시 묻자 그제야 답하던 '국민 첫사랑'으로 살고 있는 스무 살 수지였다.
"어디든 혼자라도 잠시 갔다 오고 싶어요. 잠깐이라도, 산 같은 것도 보고 있고 싶고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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