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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20년 전과 후의 이야기는 반복 구조를 이뤘다. 구월령(최진혁)과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은 신수에 대한 오해로 비극을 낳았고, 두 사람의 얄궂은 운명은 그들의 아들인 최강치(이승기)에게로 이어졌다. 20년 후 이야기에서 담여울(수지)이 윤서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명을 극복하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윤서화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은 최강치의 첫 사랑 박청조(이유비)였다.
"(박)청조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시청자도 느꼈듯이 '구가의 서'의 스토리에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 속에서 청조는 동정을 많이 받는 불쌍한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제가 그런 청조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건 아닐까…걱정도, 아쉬움도 커요."
이유비(22)는 '구가의 서'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청조라는 역할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극중 윤서화와 박청조의 반복되는 이야기 탓에 배우 이연희와 이유비는 수치목에 묶이는 장면부터, 사랑하는 이가 사람이 아님을 알고 번민에 빠지는 과정 등 동일한 장면을 여러 차례 촬영했다. 그랬기에 극 초반 이연희를 향한 시청자의 호평은 이유비에게 부담이 됐을 법도 했다.
"부담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이)연희 언니가 워낙 감정 표현이 좋잖아요. 오히려 언니의 연기를 보며 배운 점이 많아요.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에 오히려 언니의 연기를 지켜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글쎄요. 딱히 이유를 말할 수는 없는 데 현대의 청조는 철이 없을 것 같아요. 투정도 부릴 것 같고, 장난기도 많았으면 해요. 오히려 안하무인의 성격이었으면…그렇지 않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제 바람은 그래요."
인터뷰 중 이유비는 한 순간 눈물을 보였다. 대선배인 배우 유동근이 '구가의 서' 촬영 중 자신에게 건넨 한 마디에 대해 말하던 중의 일이었다.
"연기를 하다 '내가 청조라는 역할을 잘 표현하고 있는 걸까'…자신감도 사라지고, 부담감이 크게 느껴진 순간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이 커져 갈 때 유동근 선생님이 저에게 '넌 너무 잘해'라는 말을 해줬어요.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정말 잘해서 그런 말을 한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연기자인 선생님의 눈에 까마득한 후배가 아등바등하는 게 보였나봐요. 저에게 힘을 주려는 그 모습이 그저 고마웠어요."
"요즘에도 엄마는 제 작품의 모니터를 꼬박꼬박 해주세요.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캐릭터는 어떻게 연구해야하는 지'…엄마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작품 하는 중간에는 제가 힘들다보니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못난 딸이었던 거 같아요. 물론 저도 '구암 허준'을 자주 챙겨봐요. 엄마도 제게 모니터를 바라시거든요. 물론 제가 감히 엄마의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으니, 제가 평소 듣고 기분 좋았던 말을 엄마에게 건네요. '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려', '엄마 캐릭터가 그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같은 말이요.(웃음)"
[배우 이유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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