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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극본 조정선 연출 오진석)이 위기의 여인들이 됐다.
'결혼의 여신'은 신념과 가치, 인생관이 다른 네 명의 여자들이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을 그린 드라마로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을 표방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결혼의 여신'은 그 포부만큼 네 여자의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기보다 기존 막장 드라마에서 답습돼왔던 불륜, 시집살이 코드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남편의 불륜으로 결혼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권은희(장영남)나 홍혜정(이태란)의 모습은 그 원인이나 결혼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편에 대한 복수 그 자체에 집중돼 있다. 신시아 정(클라라)과 불륜관계인 노승수(장현성), 남미라(심이영)와 불륜관계인 강태진(김정태)의 외도 모습 역시 두 사람의 외도 묘사나 아내와의 싸움을 자극적으로 그리는데서 그친다.
또 송지혜(남상미)가 재벌가의 차남인 강태욱(김지훈)과의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집안을 무시하는 예비 시어머니의 안하무인 태도에 경악하는 장면 역시 그간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던 폭군같은 시집살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시청률 면에서도 고전 중이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7일 방송된 '결혼의 여신'은 8.7%(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3회분이 기록한 8.4%에 비해 0.3%P 상승한 수치지만 동시간대 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17.3%,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13.9%에 비해 초라한 기록이다.
연출을 맡은 오진석 PD는 최근 진행된 '결혼의 여신' 제작발표회에서 막장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우리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나 복선은 없다. 내가 다루고 싶었던 것들은 스펙타클한 것들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결혼하고 이 사람과 삶을 함께 사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부분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스펙타클을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PD의 포부와 달리 '결혼의 여신'에서 보여지는 결혼 생활의 위기는 불륜이나 시집살이에서만 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앞으로 제작진은 남은 방송에서 불륜이나 외도를 어떻게 결혼 생활에 대한 진정성으로 풀어갈 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혼의 여신'.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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