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배자가 안 보인다.
반환점을 돈 정규시즌. MVP 후보로 누굴 꼽을 수 있을까. 확실하게 ‘이 선수’라고 장담할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 이상 저온현상 등 시즌 초반 관중 동원이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서 야구열기가 회복됐다. 여전히 팬들에게 프로야구는 국내스포츠 제1의 콘텐츠다. 정작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선수는 몇 명이나 있었을까.
▲ 역대 정규시즌 MVP는 지배자의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MVP에 선정된 선수들을 살펴보자. 해당 시즌을 지배한 선수가 어김없이 MVP에 선정됐다. 2000년 박경완은 포수 홈런왕이란 수식어로 시즌을 지배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MVP에 선정된 이승엽은 굳이 두 말하지 않아도 된다. 라이언 킹의 전성기였다. 2004년 배영수도 17승을 따내며 토종 신 에이스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5년 18승을 거둔 손민한은 사상 첫 포스트시즌 탈락 팀 MVP로 선정될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2006년 류현진은 신인 최초로 신인왕과 MVP에 동시에 선정됐다. 데뷔 첫해 트리플크라운에 성공했다. 2007년 리오스는 22승을 따내며 외국인선수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물론 훗날 약물파동으로 의미가 퇴색되긴 했다. 2008년 김광현도 17승을 따내며 토종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2009년 김상현도 이적생 대박 신화를 일궈내며 홈런왕과 MVP를 거머쥐었다. 2010년 타격 7관왕에 44홈런을 때린 이대호의 MVP는 이견이 없었다. 2011년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 역시 적수가 없었다. 이들 모두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했었다.
▲ 2013년 MVP 레이스, 보일 듯 말 듯…
올 시즌 MVP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일단 투수 쪽에선 KIA 양현종이 가장 가깝다. 14경기서 9승 1패 평균자책점 2.30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1위. WHIP도 1.18로 2위, 피안타율도 0.220으로 3위다. 퀄리티스타트가 7회인 게 약간 아쉽지만, 전반적인 기록을 보면 올 시즌 투수들 중에서 가장 좋다. 다만 양현종은 최근 옆구리 통증으로 결장 중이다. 6월 28일 대구 삼성전을 끝으로 등판하지 못했다. 복귀 시기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 결장기간이 길어진다면 MVP 레이스에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고 선수의 기본덕목은 꾸준함이다.
타자 쪽에선 역시 홈런 선두 다툼을 벌이는 SK 최정과 넥센 박병호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최정은 타율 0.338(1위), 18홈런(1위), 54타점(5위), 장타율 0.623(1위), 출루율 0.461(1위), 78안타(6위) 등 공격 지표 대부분 선두권이다. 박병호도 무섭게 추격 중이다. 타율 0.314(7위), 17홈런(2위), 61타점(1위), 출루율 0.550(2위)를 기록 중이다. LG 이병규, 삼성 채태인이 규정타석을 채울 경우 당장 타격 선두권에 오를 수 있으나 전통적으로 타격왕은 홈런왕에 MVP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았다.
전통적으로 MVP는 홈런왕과 인연이 깊었다. 최정과 박병호는 1개 차로 홈런 부분 선두와 2위를 달리면서 다른 공격 부문에서도 상위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시즌 자체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누가 MVP로 유력하다는 말을 하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다. 다만, 두 사람이 후반기에도 지금 같은 페이스를 보여준다면 MVP에 선정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정은 생애 첫 MVP에 도전한다.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VP에 도전한다.
▲ 류현진-이대호 떠난 한국야구, 지배자는 어디에?
지난해 박병호는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넥센 4번타자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생애 첫 MVP에 선정됐다.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진 못했으나 개인적으로는 LG서 이적한 뒤 한 단계 성장한 뜻깊은 시즌이었다. 그가 MVP에 선정된 건 역시 홈런왕이 된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병호가 다른 타자들에 비해 아주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건 아니었다. 올 시즌에도 그런 양상이다. 최정이 올 시즌을 지배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2006년. 류현진은 데뷔 첫해에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하며 신인왕과 MVP에 동시에 선정됐다. 2010년. 이대호는 생애 두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2006년엔 투고타저 시절 26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이 되며 류현진에게 MVP 경쟁에서 밀렸으나 2010년엔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야구를 평정했다. 돌이켜보면 이대호와 류현진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뛰기 전까지 한국야구를 확실하게 지배했었다.
두 사람이 떠난 뒤 한국야구를 지배하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윤곽이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MVP 레이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올 시즌엔 박병호, 최정, 양현종 외엔 딱히 후보감이 보이지 않는다. 또 이들의 기록 임팩트가 예년 MVP들에 비해 아주 강한 건 아니다. 지금부터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이는 선수가 나올 경우 MVP를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야구 팬들은 확실히 지배자, 몬스터에 열광한다. 과거 이승엽의 전성기 시절 팬들이 그의 홈런포에 흥분했던 것도 남이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겼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이대호 역시 한국야구를 지배했기에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었다. 지배자가 있어야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야 더 많은 관중이 야구에 몰입할 수 있다. 지배자가 있어야 지배자를 보고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도 많아진다. 올 시즌 MVP 레이스만 봐도 한국야구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최정(위), 박병호(가운데), 류현진-이대호의 국내 맞대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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