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세월이 흘러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김주성(34)의 가치. 최근 몇 년간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김주성의 운동능력이 20대만 못하고 득점력도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 시즌 원주 동부의 몰락엔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김주성의 기량 하락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김주성도 장강의 뒷물결로 밀려나는 듯 했다.
김주성은 중앙대 시절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돼 최선을 다해 뛰었다. 2006년 서장훈이 국가대표를 반납한 뒤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그도 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반납의사를 보였다. 소속팀과 대표팀 병행은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2년 뒤 이번 윌리엄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대회서 유재학 감독의 부름을 받자 기꺼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나이 35세. 존재감은 여전하다.
▲ 젊은 빅맨들 득세 속 여전한 존재감
최근 몇 년간 남자농구에서 꾸준히 젊고 가능성 있는 빅맨이 배출됐다. 김주성의 대학 후배 오세근은 김주성과 마찬가지로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학 최고센터 경희대 김종규와 고교생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린 고려대 이종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오세근과 이종현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 김주성에게 돌아간 몫은 커졌다. 또 다시 부담감과 책임감을 떠안았다.
예상 이상이다. 오세근과 이종현이 있더라도 이 정도 기량은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윌리엄존스컵이 열리고 있는 대만 타이페이. 연일 김주성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란, 요르단, 일본 등 최근 3경기서 모두 두 자리 수 득점을 챙겼다. 출장시간이 20분 내외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득점 생산력이다. 이란전서 23분 56초간 14점 4리바운드, 요르단전서 17분 9초간 15점 3리바운드, 일본전서 20분 16초간 16점 4리바운드다.
기록이 중요한 대회는 아니다. 상대팀들도 김주성을 무리하게 수비하진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생산력을 뽐내는 지능적이고 노련한 플레이는 한국 골밑에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김종규가 오버워크를 할 때 뒤에서 조용히 리바운드 한 개, 골밑 득점 한골을 책임졌다. 한국농구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 이해도가 떨어지는 이승준이 수비수를 놓칠 때 뒤에서 공간 커버를 해줬다. 김주성은 고비마다 경기 흐름을 돌려놓았다.
이런 존재감이 젊은 선수들에겐 큰 힘이다. 실제 대표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주성은 진천 합숙기간 내내 김종규와 이종현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젊은 빅맨들의 기량발전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생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유 감독이 진짜로 원한 것도 이런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효과다.
▲ 이승준과 잘 맞는다, 그래서 김주성 가치가 배가 된다
대표팀의 최대 감자는 역시 이승준과 문태영이 벌이는 귀화혼혈선수 경쟁. 둘 중 1명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이번 윌리엄존스컵서는 확실히 이승준의 활약이 문태영보단 좀 더 좋다. 이승준은 유 감독과 함께했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서도 맹활약했다. 유 감독이 이승준에게 세밀하고 심플하게 요구사항을 지시했기 때문에 이승준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이승준이 지난 시즌 귀화혼혈선수 규정상 삼성에서 동부로 이적해 김주성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시즌 초반은 삐걱거렸다. 외국인 터줏대감 로드 벤슨마저 빠져나갔고 새로운 외국인선수 농사에 사실상 실패하자 동부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결국 방향을 포워드형 선수로 잡으면서 김주성과 이승준의 호흡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시즌 중반 이후 두 사람의 동선은 눈에 띄게 간결해졌다. 공수에서 유기적인 호흡이 맞아 들어갔다. 이승준의 스텟은 쭉쭉 올라갔다.
김주성의 도움이 컸다. 예를 들어 이승준이 골밑 도움수비를 들어갈 때 뒷공간을 파고드는 선수를 체크하거나 따라가는 역할. 이승준이 공격할 때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이 돋보였다. 이승준 역시 이타적인 플레이에 조금씩 눈을 뜨면서 김주성을 살려줬다. 두 사람의 이런 공생관계는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존스컵서 대표팀 골밑은 김종규와 최부경이 동시에 기용될 때보다 이승준과 김주성이 동시에 기용될 때 더 강력하다.
김종규와 최부경이 아직 제대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가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젠 실험보단 필승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할 때다. 유 감독이 문태영이 아닌 이승준을 택한다면 김주성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래서 이번 존스컵서 김주성의 활약을 간과할 수 없다.
[김주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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