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대로는 불안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윌리엄존스컵 대회를 마치고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대표팀은 6승2패로 3위를 차지했다. 성적과 순위가 중요한 대회는 아니었다. 내달 1일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전초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존스컵에서 한국남자농구가 보여준 행보는 불안했다. 6승보단 2패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 2패를 안긴 상대는 이란과 대만A. 한 수 아래 대만에 진 것 자체에 자존심이 상할 시간은 없다. 왜 졌는지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그게 애당초 이번 대회의 목적이었다. 대표팀은 확실히 높이에 아킬레스건이 있다. 218cm의 하메드 하다디, 206cm의 퀸시 데이비스에게 속절없이 골밑을 내줬다. 하다디에게 34점 15리바운드, 데이비스에게 26점 17리바운드를 내줬다. 이건 거의 골밑을 폭격당한 수준이다.
▲ 한국남자농구, 왜 장신자에게 벌벌 떠나
현재 유재학호의 빅맨들을 살펴보자. 207cm의 김종규와 205cm의 김주성과 이승준, 200cm의 최부경이 있다. 포워드 윤호영도 197cm다. 현실적으로 한국남자농구가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높이다. 221cm의 하승진은 공익근무 중이라 대표팀 소집이 불가능하다. 아시아선수권서는 206cm의 이종현도 가세한다. 얼핏보면 이들 중 몇 명이 상대 장신자를 집중 더블팀 마크를 하면 봉쇄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키에서 10cm정도 열세가 있더라도 힘에선 밀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하다디와 데이비스를 막지 못했다. 특히 한국 빅맨들이 1대1로 막을 수 있는 데이비스에게 맥없이 당한 건 충격적이다. 한국 빅맨들은 데이비스의 탄력과 유연한 풋워크를 당해내지 못했다. 힘과 체격에 NBA리거다운 여유있는 경기운영을 할 줄 아는 하다디에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반대로 한국 빅맨들이 이들을 상대로 시도하는 공격은 매우 힘겨웠다.
결국 신장, 힘도 문제지만 기술의 문제라는 소리다. 이번 대회를 인터넷 동영상으로 지켜봤다는 모 농구인과 전화가 닿았다. “유재학 감독이 준비는 많이 한 것 같던데 선수들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한국 빅맨들의 골밑 테크닉이 달리더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무리 데이비스가 미국에서 귀화한 선수라고 해도 아시아권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골밑 싸움에서 밀리는 건 문제가 있다.
김종규는 힘과 탄력은 넘치지만, 아직 플레이가 투박하다. 이종현도 마찬가지. 최부경은 센스가 있지만 빅맨 치고는 신장이 작은 게 흠이다. 이승준 역시 조직적인 수비 테크닉은 떨어진다. 그나마 기술이 수준급인 김주성은 운동능력이 예전만 못하다. 결국 현재 한국농구에 힘과 신장, 기술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고루 갖춘 빅맨이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이 농구인은 “김종규와 이종현이 좀 더 구력을 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다.
▲ 유재학호 운명의 보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어쨌든 존스컵은 지나간 대회다. 중요한 건 내달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선수권 대회다. 아시아선수권서 만날 레바논, 이란, 요르단, 일본, 대만을 차례대로 맛만 봤다. 존스컵을 통해 나타난 골밑수비에 대한 약점 해결, 귀화혼혈선수 엔트리 결정을 비롯해 상대 분석 자료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한 가지 기대할 건 대표팀도 존스컵서 전력의 모든 걸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 현 시점에선 ‘만수’ 유 감독이 장신자에 대한 해법을 갖고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회 개막까지 보름동안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는 것이다. 대표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해산한 뒤 17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된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성과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존스컵 직전엔 전자랜드가 스파링파트너 역할을 훌륭하게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대표팀 전력을 최종 점검할 가상의 상대는 없다. 남은 보름동안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필리핀에 입성해야 할 상황. 과제가 산적한 대표팀으로선 상당히 불안한 부분이다.
존스컵을 통해서 미리 살펴본 아시아선수권. 결코 만만치 않다. 이란은 한국에 한 수 위라는 게 또 한번 확인됐다. 한국은 내년 스페인 남자농구월드컵 막차티켓 1장을 놓고 레바논, 요르단, 일본, 대만과 힘겹게 싸워야 할 처지다. 존스컵서 나타난 유재학호와 경쟁국가의 행보를 보면 결코 16년만의 세계무대 복귀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남자농구의 안쓰러운 현실이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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