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
올해도 올스타전이 18일과 19일 포항구장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올스타전의 꽃은 단연 홈런레이스다. 국내 최고타자들이 총출동하는 이벤트. 선수 입장에선 기왕이면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 앞에서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 한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감독들은 애가 탄다. 홈런레이스에 대한 선수와 감독의 시각이 묘하게 다르다.
15일 LG전이 장맛비로 취소된 인천문학구장. SK 이만수 감독과 최정도 그랬다. 이 감독은 “원래 몸이 아픈 선수들은 홈런 레이스에 안 나가려고 한다”라고 웃었다. 이어 “타격은 예민하다. 정이가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최정은 “홈런레이스? 욕심 없다”라면서도 “그거 몇 번 치는 걸로 타격 밸런스를 잃진 않는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정은 SK를 대표해서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참가한다.
▲ “욕심 없다”의 속 뜻, 그 역설적 의미
최정은 “홈런레이스는 욕심 없다. 워낙 쟁쟁한 타자가 많이 나온다”라고 웃었다. 이어 “연습할 땐 홈런이 잘 안 나온다”라고 했다. 배팅 케이지를 설치하고 타격 연습을 할 땐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 홈런레이스 자체가 경기 전 타격연습과 흡사하다. 배팅볼 투수가 타자가 치기 좋게 공을 던져주기 때문. 최정은 이게 영 자신이 없다고 했다. 실제 그는 2010년과 2012년 홈런레이스에 참가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최정은 마음을 비웠다. “현수, 병호에 승엽이 형까지, 이기기 쉽지 않아요”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이게 진심일까. 홈런 레이스 1위 부상이 울트라북이라고 하자 “그래요?”라며 두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26세 청년. 그는 “그거 열 몇 번 쳤다고 타격밸런스가 흔들리진 않습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무슨 의미일까. 결국 홈런레이스 우승을 순순히 포기하기 싫다는 승부욕이다.
▲ 욕심 버릴 수 없는 선수와 걱정스러운 감독, 왜 입장이 엇갈릴까
이만수 감독은 “홈런레이스를 잘 살펴보면 의외의 선수가 우승을 한다”라고 했다. 실제 그랬다. 전형적인 홈런타자보단 중거리 타자가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감독은 “원래 대놓고 홈런치는 게 어렵다. 타격은 점과 점의 싸움이다. 홈런을 치려면 힘을 빼고 가볍게 툭 맞혀야 하는데 홈런레이스를 하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돼 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이 최정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최정 본인도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감독은 경험을 비춰 단언했다. 홈런레이스를 하다보면 우승 욕심이 생기는 게 사람의 심리. 욕심이 생기면 홈런을 치려고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고 부상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홈런타자가 홈런레이스 우승을 의식해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치면 부담 없이 힘 빼고 치는 중거리 타자보다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으로선 이미 홈런레이스 참가가 결정된 최정을 말릴 순 없다. 하지만, 다른 감독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이 감독의 설명은 신빙성이 있다. 실제 홈런레이스에 참가한 타자들이 후반기 들어 갑작스럽게 타격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감독은 “당연히 연관성이 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홈런레이스 참가가 득보단 실이 많다는 게 이 감독의 분명한 입장이다.
▲ 홈런레이스 숨은 복병, 공 던져주는 사람
이번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역대 최초로 8강전부터 토너먼트제를 도입했다. 이제까지는 참가선수 전원이 예선을 치러 성적이 좋은 몇 명이 결선 토너먼트 혹은 결승전을 치렀다. 올 시즌부턴 대진추첨을 통해 8강전, 준결승전, 결승전 모두 단판 토너먼트다. 이 감독의 설명대로 예선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는 타자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까지의 예선은 처음에 몇 차례 홈런이 나오지 않을 경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 명씩 차근차근 잡고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우승 확률이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홈런레이스의 숨은 복병이 공을 던져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홈런레이스의 성패는 배팅볼 투수의 제구력이라고 단언한다. 한 야구관계자는 “너무 한 가운데로 던져도 홈런을 치기가 어렵다. 한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살짝 높게 들어와야 한다”라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직구(포심)보단 살짝 떨어지는 투심이 치기 더 쉬울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엄청난(?) 핀 포인트 제구력이 필요한 셈.
때문에 홈런레이스에 참가하는 타자는 예전부터 파트너 구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KBO가 공을 던져주는 사람에 대해선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평소 팀에서 타격훈련을 돕는 베팅볼 투수부터 심지어 배팅볼을 잘 던진다는 선수들을 수소문해 함께 나서기도 한다. 최정은 아직 배팅볼 투수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거 던져주려고 포항까지 데려가기도 참”이라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홈런레이스를 사흘 앞둔 지금, 야구선수들의 모종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홈런레이스 우승을 위해선 다른 팀의 타자를 베팅볼 투수로 영입하기도 한다. “타자 마음은 타자가 안다”며 오히려 투수보다 야수가 베팅볼을 더 잘 던진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설명. 실제 몇 년 전 홈런레이스에 참가한 모 타자는 평소 베팅볼을 잘 던지기로 유명한 다른 팀의 타자를 베팅볼 투수로 고용(?)했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두 사람은 우승할 경우 상금을 반씩 나눠 갖기로 했는데 일각에선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며 의문을 제기해 폭소를 유발했다.
[지난해 홈런레이스에 참가한 최정(위), 김태균(가운데), 강정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