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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중국에서 온 고릴라가 국내 프로야구에 입단해 야구를 한다. 쳤다하면 홈런이고, 누구도 고릴라의 홈런을 막을 수 없다. 위기에 빠진 구단을 구해낸다.
영화 '미스터 고'(17일 개봉)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다. 매 작품마다 진한 감동스토리로 관객을 울리던 김용화 감독이 이번에는 야구하는 45세의 고릴라 링링을 들고 돌아왔다.
'미스터 고'는 제작단계부터 고릴라 링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고난도 디지털 캐릭터를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스터 고'의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은 4년여에 걸친 기획 및 기술 개발 과정에서 탄생했다. 400여명의 스태프들이 1년 이상 후반작업에 매진해야 했다. 이렇게 탄생한 링링은 80만개 이상의 털로 둘러싸인 자연스러운 고릴라가 됐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뛰어난 현실감 있는 고릴라를 만들어냈다 할지라도, 영화의 주인공이 사랑스럽지 않는다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처음 링링이라는 고릴라를 상상했을 땐 즐겁지 않았다. 300kg 거구의 고릴라. 과연 애정이 느껴질까라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단번에 무너졌다. 야구공을 가지고 노는, 사람의 한마디에 즐거워했다 또 슬퍼했다 하는 링링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에 대한 무서운 감정도 사라졌다.
김용화 감독은 "무섭게 생긴 고릴라 링링에게 감정이입을 한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 김용화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감사하다. '미스터 고'는 약간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 역시 개인적인 작업은 아니었지만, 혼자 남는 기분에서 개봉을 했다. 하지만 '미스터 고'는 지금의 스태프들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 해 줬다. 내 실수를 감싸주기도 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상처를 받기도 했고, 서로 위로도 해줬다. 반응이 좋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
-영화의 주인공이 고릴라다. 주변의 첫 반응은 어땠나.
반반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끝도 없이 도전한다'며 좋게 이야기 해줬고, 반은 아무 말도 안하더라. 아마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해서 다 되니까 이제 동물까지 하냐' '무슨 호들갑이냐' 등의 생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무섭게 생긴 고릴라에게 감정이입을 한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다.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제작 첫날부터 개봉 직전까지 포기하고 싶었다. 시작 당시에는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열겠다'와 같은 큰 포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엄청난 짓을 했구나 싶다. 시나리오 한권으로 250억짜리 영화를 만드는 내가 무책임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개봉 전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관객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흡족해 하는 것 같다. 엄마, 아빠, 딸, 아들 할 것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하더라.
-링링의 눈이 정말 예뻤던것 같다.
링링 모델링 단계에서 문근영 눈을 생각했다. 야수가 문근영 같은 눈을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문근영 같은 느낌의 눈, 그런 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성충수는 비애감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고, 링링에게 시달리면서 나오는 웃음과 코믹함이 있어야 했다. 여러 배우가 있겠지만, 성동일 선배님이 좋았다. 좋아하는 배우다. 좋아하는 배우와 좋은 영화를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또 한명의 배우 서교, 섭외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한국에서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이 고릴라가 주인공이라더라. 서커스 단장이 여자라더라'고 소문이 났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여배우들이 연락이 왔다. 나이가 어린 배우를 찾고 있었다. 나이가 올라가면 링링과의 설정이 안 맞고, 동화적인 느낌이 사라진다. 또 중국에서 온 소녀라는 설정인데 한국 배우가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쪽에서 추천을 해온 배우가 두 명 있었는데 처음 만난 배우가 서교였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두 명의 배우 중 서교만 만났고, 서교로 결정했다. 과거의 사연이 많아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면에 어른스러운 감정의 층위가 보였다. '고릴라 주연도 모험인데, 이왕 모험하는 거 사람이 무슨 모험을 못해'라는 생각이 들어 서교를 선택했다. 촬영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다. 내 표정만 보고도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똑똑한 친구고, 과거에 정서적인 기억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미스터 고'를 통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미스터 고'는 완벽한 가족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획을 긋고 싶었다. 뻔한 가족영화가 아닌 이야기로 말이다. 두 번째는 크리쳐(creature)물로 해외에 도전을 하고 싶었다. 세 번째로는 아시아 시장을 통합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개봉을 해 봐야 아는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이미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돈,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볼륨감, 입체 영화 특유의 볼륨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볼륨감을 살려서 할리우드 영화를 이겨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입체적으로 즐거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효과적인 3D를 위해서는 '드웰타임'이 필요했다. 이미지가 뇌속으로 들어가 형상화되고 그것이 지속됐을 때 관객들이 볼륨감 있는 3D를 느낄 수 있다.
링링에 푹 빠졌으면 좋겠다. 링링의 마음도 들어가 봤으면 좋겠다. 영화는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봐야 한다.
-원하는 관객 수가 있나.
전작 '국가대표'(848만 관객)보다는 잘 됐으면 좋겠다.
[영화 '미스터 고' 김용화 감독, '미스터 고' 스틸컷.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쇼박스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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