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의 홈런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삼성 이승엽이 포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승엽은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올스타 홈런레이스서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 300만원과 트로피, 150만원 상당의 울트라북을 받았다. 자신이 후원하는 G마켓 후원 결연아동에게 500만원이란 기부금도 전달했다. 손가락이 좋지 않아 이날 홈런레이스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는 이승엽. 아들 앞에서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 올스타 홈런레이스는 홈런왕과 인연이 없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역대 올스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한 선수는 홈런왕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 실제로 홈런레이스 최다 우승자는 3차례 우승의 양준혁(SBS ESPN 해설위원), 박재홍(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김태균(한화)이다. 이들 모두 홈런타자가 아니다. 양준혁은 351홈런으로 이승엽에 이어 한국통산 최다홈런 2위에 올라있지만 단일시즌 홈런왕은 단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했다. 박재홍과 김태균도 1996년, 2008년 각각 단 한차례만 홈런왕에 올랐다.
홈런왕에 오른 선수가 이듬해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케이스도 1997년 박재홍이 유일했다.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그해 홈런왕에 오른 케이스도 1994년 김기태(LG 감독)이 유일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현역시절 홈런레이스에 몇 차례 참가해봤는데 쉬운 게 아니다. 대놓고 홈런을 치라고 볼을 던져주면 홈런을 치기가 더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타격은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흔들린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폼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 이승엽이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5차례 홈런왕에 오른 이승엽도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처음이다. 도전은 자주했지만 매번 도중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정규시즌 중엔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친 홈런 레전드 이승엽의 올스타 홈런레이스 도전사는 홈런을 대놓고 치기가 어렵다는 걸 입증한 좋은 사례였다. 역설적으로 이승엽의 이번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그런 한계와 어려움을 뚫어냈다는 점에서 진정한 국민타자임을 입증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손가락 아픈데 그렇게 잘 쳐? 심상찮은 이승엽
이승엽은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올스타 홈런레이스 참가 고사도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류중일 감독의 만류와 포항을 찾을 아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책임감에 마음을 다잡은 것. 손가락이 아픈데도 홈런을 잘 치는 이유는 역시 ‘아들 바보’의 힘인 것 같다. 이승엽은 과거에도 각종 잔부상 속에서도 결정적 한 방을 터트려왔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진짜 눈에 띄는 건 최근 이승엽의 페이스다. 올 시즌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7월만 떼놓고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7월 10경기서 타율 0.375 2홈런 6타점이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3일 대구 한화전서만 무안타였고 나머지 9경기서는 꼬박꼬박 안타를 생산했다. 전반기 마무리를 굉장히 잘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은 그 좋은 타격감이 이어진 결과로 해석 가능하다. 아울러 후반기 대활약을 예고하는 확실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진갑용이 베팅볼을 잘 던져주긴 했지만,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자는 홈런레이스 우승이 결코 어렵다는 게 입증됐다. 이날 이승엽 외에 7아웃 제도에서 홈런 4개 이상을 때린 타자는 8강전서 6개를 때린 박병호(넥센)가 유일했다.
▲ 이승엽 홈런, 언제까지 얼마나 볼 수 있나
확실히 타격감이 좋으면 홈런도 잘 나올 수밖에 없다. 잔부상이 있지만, 이승엽의 타격 페이스는 좋다. 7월 5일 잠실 두산전과 9일 대구 SK전서 연이어 홈런포를 가동하며 홈런 감각도 살아있다. 좋은 타격폼이 이날 홈런레이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홈런 페이스도 좀 더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승엽은 한국 통산 10시즌 동안 두 자리 수 홈런에 실패한 시즌이1996년(9홈런)이 유일했다. 현재 9홈런인 그에게 9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은 시간문제다.
정말 관심이 가는 대목은 20홈런 고지다. 이승엽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20홈런을 쳤다. 국내에선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지금까지의 페이스라면 20홈런은 쉽지 않다. 이승엽은 올 시즌 32.9타수당 1홈런을 쳤다. 삼성의 남은 경기는 55경기. 매일 4타수를 기록한다고 가정할 경우 6.7개의 홈런 추가가 가능하다. 때문에 이승엽의 올 시즌 홈런은 15개 내외로 전망된다. 9년 연속 20홈런이 쉽지 않다는 의미. 그러나 최근의 타격 페이스라면 9년 연속 20홈런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그에겐 몰아치기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다. 이젠 시작될 때도 됐다.
누적 스텟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통산 354개, 한일통산 51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한일통산 600홈런에 도전한다. 87개가 남은 상황. 최근 몇 년의 페이스를 보면 당분간 달성이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승엽 역시 KBO 통산기록이 아닌 만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 결국 초점은 한국통산 400홈런이다. 정황상 2~3년 뒤인 39~40세엔 기록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몸 관리에 철저한 이승엽이니만큼 불혹까지 선수생활을 하면 또 한번 홈런으로 대기록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첫걸음은 지금 이 좋은 타격감을 후반기에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이승엽. 사진 = 포항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포항 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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