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투수 트레이드. 이번엔 가능할까.
올 시즌에도 투수로만 외국인선수를 뽑은 9개 구단. 시즌 중반이 되면서 명암이 엇갈린다.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지은 팀보단 그렇지 못한 팀이 더 많은 분위기. 그러나 높아진 한국야구의 수준과 외국인선수의 몸값, 메이저리그 콜업을 바라보는 일부 외국인 선수들, 에이전트와의 쉽지 않은 협상 등을 이유로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이 지지부진하다. 두산이 개럿 올슨 대신 데릭 핸킨스를 영입한 것 외엔 풍문으로만 외국인선수 교체 얘기가 나돌고 있다.
야구계 안팎에선 이 시점에서 외국인투수와 국내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주목한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엔 중위권 팀들과 일부 몇몇 하위권 팀들의 격차가 확실하다. 그리고 하위권 팀들에서 의외로 괜찮은 외국인투수가 있는 반면, 치열한 순위다툼 중인 4강권 팀들에는 의외로 속을 썩이는 외국인투수가 많다. 자연스럽게 4강 혹은 대권을 노리는 팀들이 즉시전력감 혹은 유망주를 하위권 팀에 내주고 수준급 외국인투수를 받아오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 역대 외국인선수 트레이드, 2005년 리오스 사례
1998년에 도입된 외국인선수제도. 생각보다 외국인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가 그리 많지 않았다. 웨이버 공시가 된 외국인 선수를 다른 팀이 데려간 케이스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구단과 구단이 직접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트레이드를 진행한 건 단 네 건이었다. 아무래도 국내정서상 외국인선수는 1~2년 소모품이라 생각하고 국내선수 즉시전력감은 영원하기에 거래가 쉽지 않았다.
외국인선수가 트레이드가 된 최초 사례는 2001년 12월 틸슨 브리또였다. 2000년부터 2년간 SK에서 뛴 브리또는 삼성과 SK의 6대2트레이드로 삼성으로 이적했다. 브리또는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됐다. 이어 2002년 7월 20일엔 롯데와 SK가 대니얼 매기와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포함된 3대2 트레이드를 했다. 당시 두 사람은 큰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곧바로 롯데에서 방출 당했다. 또한, 2003년 7월 9일엔 KIA와 두산이 마크 키퍼와 최용호를 1대1 트레이드 했다. 키퍼는 2004년 7월 웨이버 공시됐다.
외국인선수 트레이드 사례를 논할 때 빠져선 안 될 선수가 다니엘 리오스다. KIA 소속의 리오스는 2005년 7월 11일 김주호와 함께 묶여 두산 전병두와 2대1 트레이드가 됐다. 이 트레이드는 훗날 한국야구를 뒤흔든 사건이 됐다. 2004년 KIA에서 17승을 거두며 실력이 검증된 리오스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산에서 무려 49승을 챙겼다. 비록 2008년 일본에서 약물파동을 일으켰지만, 두산 시절엔 막강한 이닝이팅을 바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산이 당시 리오스를 영입한 건 역대 외국인선수 트레이드 최고의 성공사례였다.
▲ 제2의 리오스, 8년만에 출현 가능할까
24일은 외국인선수 웨이버 공시 마감일이다. 각 구단이 해당 외국인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날까지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날을 넘길 경우 트레이드 외엔 처분할 방법이 없다. 트레이드 마감일도 31일이다. 이후에도 트레이드를 할 순 있다. 그러나 8월 1일부터 트레이드가 된 선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등록될 순 없다. 즉, 외국인투수를 트레이드 하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올 시즌은 상위권 팀에서 애를 먹이는 외국인 투수가 많다. 이들이 웨이버 공시가 될 경우 데려갈 팀은 없다고 보면 된다. 결국 하위권 팀의 국내선수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생긴 것. 야구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몇몇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이 외국인투수-국내선수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고 한다.
아직까지 공식 발표가 없는 걸 보면 거래 성사가 쉽지는 않은 분위기. 그러나 올 시즌처럼 양극화된 순위싸움 흐름을 보면 8년만에 외국인투수-국내선수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성사만 되면 후반기 순위 다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 상위권 팀들은 8년전 리오스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실지도 모른다.
▲ 지난 8년간 외국인선수 트레이드 없었던 이유
8년 전 리오스 트레이드 당시 KIA는 최하위였다. 그러나 두산은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선두 삼성과 한창 순위다툼을 하던 시기. 두산은 리오스를 2007년까지 제대로 써먹었다. KIA는 유망주 전병두를 받아 미래를 도모했다. 비록 전병두는 끝내 KIA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SK로 다시 이적했으나 지금도 사람들은 당시 두 팀의 선택이 신선했다고 평가한다.
달리 말하면, 당시 KIA가 대단히 용기가 있었다. 직전 시즌 17승을 거둔 투수를 상위권 팀에 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한국야구에선 여전히 리빌딩 개념이 희박하다. 적극적인 리빌딩을 이유로 당해 시즌 성적에 신경을 덜 쓰는 걸 그리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8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8년간 외국인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가 없었던 건 이런 시선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으로 외국인선수를 받아오는 팀도 부담은 있다. 최근 한 야구관계자는 “외국인선수 자체가 점점 국내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하더라도 해당 선수가 달라진 팀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부메랑을 맞는다. 더구나 몇 년을 활약할 수 있는 국내선수 대신 데려온 선수 아닌가”라고 털어놨다. 국내 선수를 내준 마당에 1~2년 써먹을 외국인투수가 부진하다면 그 역풍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위권 팀들은 되도록 더 기량이 좋은 국내선수를 영입하려다 보니 거래가 쉽지 않다. 지난 8년간 구단들이 외국인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실제 성사 확률이 떨어진 건 역시 한국정서 특유의 부담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선수 트레이드 시장은 아주 조금씩 적극적인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그 흐름이 올해는 외국인선수에게로 확대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 시절의 리오스(위), 잠실구장(가운데), 창원마산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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