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라이벌 매치는 ‘전술’보다 ‘정신’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일전도 다르지 않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해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 일본과의 경기서 “부셔버려”라는 말로 선수들의 전투력을 끌어올렸고, 결국 2-0 완승을 거뒀다. 그렇다. 홍명보 감독은 일본을 부수는 법을 알고 있다.
전술포인트① 베스트11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과 일본은 2번째 경기서 베스트11에 큰 변화를 줬다. 홍명보 감독은 윤일록, 정성룡을 제외한 9명을 바꿨고 알베르트 자케로니 감독은 11명을 통째로 교체했다. 두 감독 모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누가 봐도 한일전을 의식한 한 수였다. 대회 일정이 빡빡한 만큼 체력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일전에서 1차전에 뛰었던 선수들의 선발이 유력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최전방과 좌측면에 누가 나올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홍명보 감독은 3명의 원톱 자원 중 김동섭(vs호주), 서동현(vs중국)을 선발로 각각 기용했다. 순서대로라면 한일전은 김신욱 차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앞선 두 경기서 김신욱을 선발보단 ‘조커’로 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측면에서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는 김신욱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전술포인트② 포메이션
한국과 일본 모두 4-2-3-1 포메이션을 기본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케로니 감독이 지난 호주전에서 4-4-2 투톱을 가동했지만, 이는 11명을 바꾸면서 어쩔 수 없이 가동한 측면이 크다.(호주가 중앙에 2명의 미드필더를 세운 것도 일본이 부담 없이 투톱을 쓴 이유 중 하나다) 똑같은 포메이션으로 인해 승부는 각 지역에서 일대일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위치는 4-2-3-1의 ‘3’ 가운데에 선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처진 공격수’다. 한국은 이승기가 유력하고, 일본은 다카하기다. 이들이 4백과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서 얼마나 영리하게 빈 공간을 파고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전술포인트③ 김신욱
김신욱 활용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혹자는 ‘헤딩노예’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196cm의 장신 공격수를 전방에 놓고 ‘티키타카(스페인식 패스축구)’를 할 수도 없다. 비록 지금까지 ‘결과’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김신욱은 상대 중앙 수비수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카드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거친 몸싸움에 약한 일본 수비를 깨는데 있어 김신욱의 힘과 높이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홍명보 감독 입장에선 김신욱을 ‘선발’로 내보내면 “결국 롱볼축구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반대로 후반 중반 이후 일본이 지친 틈을 타 김신욱을 내보낸 뒤, 결과까지 얻게 되면 “기막힌 용병술”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패해도 선발일 때보단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포인트④ 풀백싸움
한국의 좌우 측면을 책임지고 있는 김창수와 김진수는 각각 일본 J리그의 가시와 레이솔,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뛰고 있다. 즉, 일본 축구에 대한 면역력이 좋다. 지난 호주와의 첫 경기서 나란히 선발 출전한 김창수와 김진수는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안정된 수비로 만점 활약을 보였다. 중국전에서 휴식을 취한 두 선수는 일본전 선발이 유력하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측면은 공격시 볼을 운반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김창수와 김진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자케로니 감독은 특히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을 적극 활용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 시절 스리백의 신봉자였던 그는 공격 전개시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후방으로 내려와 중앙 수비 2명과 일시적으로 스리백을 이루고, 이 때 좌우 측면 수비수들을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킨다. 한일전서 풀백싸움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전술포인트⑤ 홍명보
홍명보 감독 자체가 한일전의 키워드다. 그는 J리그서 주장을 맡는 등 일본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누구보다 일본에 지기 싫어한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선수시절 일본에 단 한 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그것조차 분해서 다시 한 번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했던 그다. 지난 런던올림픽서 일본을 상대로 “부셔버려”, “갖다박아” 등 거친 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도 한일전에 대한 무서운 승부욕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에도 일본을 부술 작정이다. 그 느낌, 그는 알고 있다.
[한일전 예상 베스트11.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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